황은숙 교수(분자생명과학 전공)는 지난 8월 중순, 성체 줄기세포의 분화 과정을 밝혀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남원우 교수(나노과학 전공)는 산소화 효소의 역할 및 화학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해 과학기술부·한국과학재단이 수여하는 ‘이달의 과학자 ’상을 받았다. 교내 교수진의 순수과학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성과다.


사제간의 성과도 눈에 띈다. 지난 학기에는 분자생명과학부의 강상원교수와 아직 석사과정도 마치지 않은 대학원생 최민희씨가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에, 10년지기 사제지간인 나노과학부 우정원 교수와 황지수 박사는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순수과학분야에 이어져온 사제간 열정의 계보는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본사 설문조사 결과 생명과학과 학생의 절반(50.8%)이 ‘의·치의학전문대(의전대)를 진학하거나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올해 2회째인 의전대 입학시험을 본 학생도 4.2%(5명)에 달했다. 최근 의대를 폐지하고 의전대를 만든 대학이 들어남에 따라, 의대 입학정원이 줄어 입학이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의대와 학습내용이 비슷한 생명과학과로 학생들이 몰린 것이다.


의전대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현명한 선택일지 모르나 생명과학과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생명과학 분야의 과학자로 키울 학생이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의학 관련 수업에만 관심이 몰려 식물·동물 등 생명과학 분야의 다양한 수업이 발전하기 힘들다.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유전학이냐’, ‘미생물학이냐’가 아니라 ‘내과냐’, ‘치의예과냐’가 고민한다.


순수과학 분야는 노력에 비해 댓가가 적다는 의견도 많았고 이공계기피현상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순수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내 한 생명과학과에서 에이즈치료법으로 DNA 백신을 발견한 것처럼, 신체기관으로 전환 가능한 줄기세포가 난치병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처럼, 생명과학분야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순수과학에는 아직 밝혀내지 못한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이화인들이 순수과학에 대한 열정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이화인들이 순수과학 분야의 성과을 이어갈 수 있도록 순수과학에 대한 열정을 고취시키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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