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큘럼 비슷해 의학전문대 준비에 유리
학교, 실험·세미나로 순수과학 흥미높이려 노력

지난해 우리학교 생물학과(현재 생명과학과)를 졸업한 ㄱ씨는 강남의 PMS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입시학원에 다닌다. 오전9시쯤 일어나 학원으로 출발, 오후 수업을 뒤로 하고 오전10시부터 생물 공부에 열을 올린다. 학부생일 때 쓴 생물학과 전공책을 유용하게 사용한다. 현재 ㄱ씨는 내년 8월에 있을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의전대) 입학 시험을 준비 중이다.


이공계 학과, 그 중에서도 생명과학과 진학은 의전대 입학을 위해 거쳐야 하는 하나의 과정이 됐다. 실제 의전대 입시학원인 신촌의 PMS학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수강생 중 85%는 이공계 학생들이며, 그 중 41%는 생명과학과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학생들이다.


본사가 9일∼15일 우리학교 생명과학과 학생 전체 268명 중 1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0.8%(60명)가 ‘의전대에 진학할 예정이거나 진학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또 설문조사 결과 재학 중 이미 의전대 입학시험을 치룬적이 있다는 응답도 4.2%(5명)였다. 우리학교 역시 의사가 되기 위해 우회적으로 생명과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는 것.


이러한 현상은 의대의 입시문이 좁아짐에 따라 더욱 심화됐다. 최근 1∼2년 우리학교를 비롯 고려대·건국대·경희대 등 20여개의 대학이 대학원 과정으로 의전대를 준비 중이다. 의전대는 4년제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학생을 선발, 졸업 후 의사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있다.


의대가 의전대로 전환됨에 따라, 기존 의대들은 입학정원을 대폭 줄였다. 그러다보니 의대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의전대로 목표를 선회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이 학생들이 의전대 준비과정으로 생명과학과를 선택한 것이다.


실제 의전대를 지망하는 우리학교 생명과학과 학생의 71.9%가 ‘의대에 진학하지 못해 의전대를 지망한다’고 답했다. ‘현 전공으로는 직업 선택시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서’란 대답은 17.6%, ‘전공을 공부하다보니 생명과학보다 의학 전공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아서’란 대답은 10.5%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의전대를 준비하는 학생이 생명과학과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전대 입학시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연과학추론Ⅰ 영역이 생명과학의 학습내용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생명과학과를 선택한 이유도 ‘의전대 입학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라는 응답이 47.5%로 가장 많았다.


서울메디컬스쿨 종로점의 김형준씨는 “의전대 입학시험 과목인 자연과학추론Ⅰ·Ⅱ 85문항 중 40문항이 생물학 문제”라며 “생물학과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시험에 유리하다”고 전했다. 치의학 전문대학 역시 총 80문항인 자연과학추론Ⅰ·Ⅱ에서 생물학의 비중이 40문제로 절반을 차지한다.


우리학교 생명과학과는 의전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신경과학·면역학 등 교과과정에 의학 관련수업의 비중을 높혔다.


최원자 전공주임교수(생명과학 전공)는 “이 정도의 교과과정이라면 학부를 마치고 의전대를 비롯한 어느 분야 대학원을 가도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명과학과에 의전대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많아져 이들에 맞는 교육과정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생명과학과도 학생들에게 순수과학 분야의 관심을 높히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최원자 전공주임교수(생명과학 전공)는 “각 분야에 전문화된 교수진이 최선을 다해 수업하는 등 학생들이 순수과학의 ‘맛’을 볼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외부교수만 강연하던 생명과학과 세미나에 이번 해부터 학내 전공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학내 전공교수들은 학부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제로 매주 세미나를 진행해 순수과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또 3·4학년은 수업시간에 배운 이론을 직접 실험하고 이를 의무적으로 분석·발표하도록 해 순수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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