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선출시 올바른 기준 없어, 역량 발휘할 지원도 부족해

지난 14개월 동안 한국 축구 팀의 성적은 24전 10승 8무 6패. 지난해 여름 아시안컵에서 이란에게 패해 8강 진출이 좌절됐고, 올해 여름 열린 동아시아 축구대회에서는 2무 1패의 꼴찌성적표를 받았다. 계속된 사우디와의 졸전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한국 축구에 실망했고, 축구협회는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본프레레 감독을 사퇴시키기에 이르렀다. 이에 그들은 한국 축구의 저조한 성적 행진이 단순히 감독 교체로 끝날 것이란 생각을 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연거푸 고배를 마신 한국 축구의 원론적인 문제는 바로 축구협회에 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본프레레 감독 선발과정에서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본프레레 감독이 선출되자 축구팬들은 이에 의문을 제기했다. K-리그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이집트리그에서도 퇴출된 그가 감독으로 영입됐기 때문이다. 또 축구협회는 본프레레 감독 선발기준의 하나로 ‘영어’를 택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영어권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선출한 것은 축구감독 선발기준으로는 적절하지 못했다.

축구협회가 본프레레호에게 인적·물적 자원을 충분히 지원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본프레레 감독이 남긴 씁쓸한 한마디는 “재임기간 대부분 모든 일을 혼자 처리했다”였다. 축구대표팀의 11명 선수를 훈련시킬 코칭스텝은 고작 3명으로 6~7명인 K-리그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대표팀 구성원에 대한 축구협회의 태도 역시 문제다. 국제경기가 있을 경우 축구협회는 프로구단과 해외구단으로부터 팀 구성원을 차출해 훈련시간을 하루라도 더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본프레레 감독 재임기간 동안 축구협회는 모든 경기를 앞두고 최대 4일 밖에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이에 선수들의 컨디션 정비·정신교육·기술연마가 불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축구협회는 동아시아대회 당시 무려 4년이 지난 중국팀 분석 비디오를 제공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문제점 외에도 결정적으로 축구협회 측은 자신들의 선택을 믿지 못했다. 본프레레 감독의 25개월이란 계약 기간은 실망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14개월로 대폭 단축됐다. 일련의 기준을 두고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발탁한 감독을 신뢰하지 못한 것이다. 본프레레 감독 역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

국민들은 계속되는 졸전에 지쳤다. 축구협회도 ‘감독 잃고 한국 축구 고치기’에 지칠 때가 됐다. 잠시나마 국민들의 희망을 실었던 본프레레호는 침몰했다. 이제 더이상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축구협회는 한국 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할 수 있는 감독을 뽑아야 할 것이다. 감독이 한국문화를 알아야 선수들과 공감대를 갖고, 경기장에서 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이를 바탕으로 언론과 여론에 밀리지 않는 축구행정으로 차기감독을 신뢰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갖추어 질 때 침몰 위기의 한국 축구를 잡아줄 사령탑이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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