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중심 의학에 여성주의 반영해

이화리더십개발원은 9일(금) 오전11시 국제 교육관 LG 컨벤션홀에서 마리안느 J. 레가토 박사의 ‘성인지의학과 여성 리더십’특강을 열었다. 교수·학생 등 170여 명이 참석한 이번 강연에서 레가토 박사는 이전의 남성중심 의학에 여성의 특수성을 반영한 ‘성인지의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레가토 박사의 강연 모습.[사진:이유영 기자]
레가토 박사는 “1980년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이틀에 한 번 소량의 아스피린을 먹는 의사들의 심장마비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이 연구의 대상은 모두 남성이었다”며 “이후 여성을 대상으로 동일한 연구를 한 결과 심장마비 위험이 거의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는 사례를 통해 성인지의학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레가토 박사는 또 “심장 질환의 경우, 가슴 통증을 많이 느끼는 남성에 비해 여성은 통증을 느끼지 않거나 복통을 앓아 오진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남성들에게 효과적인 약이 여성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여성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성인지의학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말로 강연을 끝맺었다.

레가토 박사의 저서 「이브의 몸」(사이언스북스, 2004)의 번역가 임지원씨는 특강을 듣고 “우리 몸의 모든 조직에 있어 성차가 존재하는 만큼, 이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라며 “여성들 스스로 남성과 신체 조직이 다름을 인식하고, 정당한 진료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이지연(자과·2)씨는 이번 강연을 통해 “질병에도 성차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남성중심의 과학·의학만 접했기에, 여성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한편, 특강에는 법대 김현철 교수(법학 전공)와 의대 권복규(의학 전공)교수가 함께 강의하는 ‘생명윤리와 법’수강생들도 참여했다. 이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 김민정(심리·2)씨는 “스스로 찾아듣기 힘든 특강인데 교수님의 추천을 통해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고 전했다.

이번 강연은 본교 의대 6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이 특강은 의학에서 여성의 특성이 반영되지 못했던 것을 교정하고, 올바른 치료를 제공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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