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지원 기자재 실질적 도움 안돼
청각장애학생도 영어1·2 필수, 색맹 학생도 회화 필수

“수업 따라가기가 어려워요. 맨 앞자리에 앉아도 스크린 글자가 잘 안보이거든요”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 입학자 ㅊ(미술·1)씨의 말이다. 약시(시각장애 4급)인 그에게 교양수업 시간은 고역이다. 학교에서 대여하는 독서확대기를 쓰면 되지 않느냐고 묻자 “독서확대기를 사용하면 글자는 크게 볼 수 있지만 한 번에 한 두 글자씩만 볼 수 있다”며 “수업을 따라가기에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답했다. 독서확대기란 책 본문을 화면 아래 스캔면에 대면 그 글자를 확대해 화면에 표시해주는 기계다.


이번 학기 우리 학교에 등록한 장애학생은 7명. 미술학부·분자생명과학부·사회과학부 등 그 과도 다양하다. 우리학교는 독서확대기·확대키보드 등의 기자재를 대여해주거나, 담당교수에게 장애별 특성 및 수업시 배려 사항을 담은 안내서를 배부하는 등의 여러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장애학생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은 부족한 상태다.


사회봉사센터는 시력을 잃어 글자를 볼 수 없는 학생에게 점자책 대신 책 전체를 녹음한 음성테잎을 제공한다. 그러나 음성테잎은 책의 특정부분을 한번에 찾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학교 시각장애학생이 느끼는 어려움은 한국재활복지대학에선 찾을 수 없다. 450명의 재학생 중 1/3이 장애학생인 이 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의 김주영 연구사는 “워드를 음성으로 바로 읽어주는 스크린리더를 이용해 시각장애 학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며 “스크린리더를 사용하려면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기만 하면 된다”고 전했다. 나사렛대 역시 부피가 커 강의실로의 이동이 어려운 독서확대기 대신 손전등 크기의 휴대용 독서확대기를 제공하고 있다.


시력을 잃어 글자를 볼 수 없는 학생에게는 책 녹음은 물론 신청시 학내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점자 도서를 제작해 준다. 또 점자도서 목록 현황을 홈페이지에 게시, 점자도서 대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200여명의 장애학생이 재학 중인 대구대 역시 시각장애인용 도서 대여가 가능하며 그 수가 점자도서 317종·음성도서 326종에 달한다.


청각장애 학생의 경우도 수업이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입모양까지 봐야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우리학교 이화영(특교·1)씨는 “대형강의의 경우 마이크가 교수님 입을 자주 가려 수업에 어려움이 많다”며 “사회봉사센터에서 도우미를 지원해줘, 노트북 대필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교수님 입모양과 소리·스크린과 노트북을 동시에 보느라 정신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교수님 말씀하시는 게 전체 스크린에 글자로 나타나면 스크린 하나만 보면 되니 훨씬 수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재활복지대학의 김주영 교육연구사는 “청각장애인 중에도 수화를 할 수 있는 학생이 있고 못하는 학생이 있다”며 “강의실마다 수화전문통역사와 속기사를 배치해 통역사는 교수의 말을 수화로 통역하고 속기사는 교수의 말을 워드로 쳐 전체 스크린에 바로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32명의 장애학생이 재학 중인 서울대 역시 내년 3월부터 속기사를 통한 문자통역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장애학생지원제도 자료를 관리하는 우리 학교 기획처 윤명희 과장은 “장애학생이 소수이다보니 학교측 지원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의 장애 특성을 배려하지 않고 실시되는 필수 강의도 장애학생이 겪는 어려움이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우리 학교 이화영씨는 “한국사람이 사막 한가운데에서 아랍어를 듣는 기분일 것”이라며 영어1 수업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을 밝혔다. 사범대 특수교육과 소속인 그는 “영어1과 영어2·제2외국어까지 필수”라며 “모국어인 한국어도 입모양과 소리가 있어야 겨우 이해하는데 영어는 정말…”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대구대는 청각장애인에 한해 영어 수업을 면제해 주고 있으며 나사렛대는 미국수화수업으로 대체하고 있다. 색맹증세가 있는 ㅊ씨도 “색맹임에도 불구하고 다채로운 색을 이용하는 회화를 필수 수업으로 들었다”며 “색상을 구별하지 못하니 이미 완성된 작품 색깔을 친구들에게 물어 그 작품의 모방작을 그릴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교무과는 “미술학부로 들어왔으니 필수 수업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수업대체 등을 고려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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