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생이다.

아니, 나는 기자다.

아니, 학생.

아니, 기자.

하루종일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은 두 물음이다. 나는 학생일까, 기자일까? 정답은 둘 다이다. 정답을 맞춘 순간 머리가 하얗게 돼 버렸다.

-학생이다.

긴팔이 아직은 어색한 9월, 개강 시즌이 돌아왔다. 기자 학생은 ‘요∼이땅!’을 외치며 수강신청을 한다. 미리 뽑아온 강의 계획서 들여다 보며 이 강의 저 강의를 비교하느라 정신이 없다. 뻐근한 75분의 수업이 끝난 후 찾아오는 공강이라는 달콤한 꿀을 수다라는 빵에 냉큼 발라 먹는다. 따뜻한 가을 햇살이 비추는 카페에 혼자 앉아 전공책을 들여다 보며 ‘A+’도 꿈꿔본다.

가끔은 색다른 금요일이고 싶다. 기자 학생은 날씨가 너무 좋다며 답답한 교정을 빠져나와 사람들로 넘쳐나는 신촌 거리에 몸을 내맡겨도 본다. 하지만, 그는 깨달아야 한다. 기자 학생도 기자라는 사실을. 학보사로 돌아오라, 기자 학생이여.

-기자다.

길고 긴 방학 수습 일정이 끝나고 개강이 오면 한숨을 돌리려나 했다. 학생 기자는 학보사 구석에서 ‘월요일은 빡빡하게, 목요일은 널널하게’를 곱씹으며 수강신청 성공을 기도한다. 교수님 인상을 보니 후덕하고 성격이 좋으실 듯하다. 기자임을 이해해 주시고 성적도 잘 주실것 같아 조심스레 ‘B’를 기대해 본다. 기사 걱정에 수업 시간은 금방 지나가 버린다.

공강 시간 내내 학교를 돌며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꺼리에 마냥 행복한 학생 기자다. 가끔은 평범한 금요일이고 싶다. 학생 기자는 담담히 맥(Mac) 앞에 앉아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하지만, 그는 깨달아야 한다. 학생 기자도 학생이라는 사실을. 학보사 ‘좀’ 떠나라, 학생 기자여.

 학생 기자와 기자 학생의 오묘함, 그것에 대해 알고 있는가. 단지 두 단어를 뒤집어 놓았을 뿐인데 어찌 이리도 생경하기만 할까. 또 다시 허공에 질문을 던진다. 나는 학생기자일까, 기자학생일까. 정답은 둘 다가 아니다. 모든 일에는 기회 비용이 따른다.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최대의 효율을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선택을 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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