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후 처음만난 친구 : (뒤에서 부른다) 지현아­ 헉, 헉, 야!
평소처럼 걷고 있는 나 : 왜 그러는데? (보살같은 미소를 지으며)
개강 후 처음만난 친구 : 너 뭐 급한일 있어?
평소처럼 걷고 있는 나 : 아니, 나 아무일도 없는데~
개강 후 처음만난 친구 : 정말? 그럼 너 진짜 방학동안 기자 다 됐구나. 발걸음이 너무 빠르고 조급해졌어!

어라? 나는 정말로 평소처럼 걷고 있었다. 평소의 의미는 아마 ‘학보사에 들어온 이후의 것’이겠지만. 학보사에 들어온 3달 남짓, 나는 나도 모르는 새 ‘바쁜’학보사에 녹아들고 있었다.

빠릿빠릿한 것이 미덕인 학보사. 내가 맡은 일을 신속히 처리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곳. 그래서 나는 학보사 한가지에만 ‘올인’했던 방학 중에도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개강을 했다. 아니 하고야 말았다. 이를 어쩐다지. 방학 중 수습 교육 일정만으로도 숨이 찼는데, 이제 진정한 학보사 기자가 되는 것이로구나. 그야말로 바쁜것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학보사 기자가.

대책없는 바쁨에 잠식 당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는다. 먼저 수강신청부터 학보사형으로 해야지! 월요일은 7시 편집회의가 있으니 최대한 꽉차게, 화·수요일은 컨택과 취재를 위해 조금은 널널하게, 목·금요일은 슬슬 기사를 써야하니 너무 빡빡하지 않게. 흠, 계획대로 수강신청만 된다면 꽤 그럴싸한데!

그렇지만 결국 내 의사와 상관없이 대마왕이 안배해 놓은 길로 빠지고 말았다. 영어를 못하면 사람 구실 못한다는 아버지의 엄포에 월∼목요일 아침 7시에 영어학원을,(비몽사몽의 일주일이 시작되는구나!) 화요일 4교시 연강,(이봐­ 취재원 컨택은 언제 할건데?) 금요일 3교시 수업(과연 기사를 쓸 수 있긴한거야? )

사정이 이러한데 내가 어찌 우아한 걸음걸이를 유지 할 수 있겠는가?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새 발걸음부터 빨라진 것이다. 친구의 경악스럽다는 반응에, “괜찮아. 요며칠은 뛰어다녔는걸!” 라고 대꾸하며 나는 또 걷는다. 아마 지금 뒷모습도 바빠보이겠지.

매주 월요일 이화인들의 손에 가볍게 쥐어진 「이대학보」
걸음걸이마저 진화시키며 학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기자들 덕분이라는 것, 조금이라도 알아주면 좋겠다. 눈 앞에 시계가 보인다. “맙소사! 지금이 몇시야? 아직도 기사가 3개나 남았는데, 언제 다 쓰지? 으아∼ 바쁘다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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