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바휘바’ 말 한마디 알고 핀란드 땅에 교환학생으로 엉덩이 붙인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다. 누구 말로는 핀란드에 등록된 한인 수가 50여명이라고 하던데 어쨌든 이 유베스뀔라(JYVASKYLA) 지역에도 한국 대학생이 이화여대에서 나를 포함한 2명, 연세대학교에서 2명 이렇게 4명이 올해 처음 살게 됐다.

일명 살아남기 핀란드어(Survival Suomi) 수업을 들어 우유와 요구르트를 헷갈리지 않아도 되는 실력이 생겼고, ‘오늘은 맑은 날입니다’ 같은 실용적인(?) 문장도 구사하게 됐다. 덕분에 5점 만점에 2점, ‘만족(Satisfactory)’ 이라는 성적을 받고 충분히 만족하게 됐다. 수우미양가의 양도 양호함의 ‘양’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 핀란드어 코스에 독일에서 온 이본(Yvonne)이라는 친구가 있다. 지난 주 목요일쯤이었다. 이본이 조카 선물을 사야 한다고 같이 시내에 가자고 하길래 언뜻 따라 나섰다. 조카가 몇 살이냐, 생일이 언제냐 등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언니가 언제 결혼했어?”
라고 무심코 던진 질문에 대화가 꼬이기 시작했다.

“언니는 결혼 하지 않았어”
“아..그럼, 전 남편 아이?”
“아니. 결혼한 적 없어”
“아..그럼 입양?”
“아니..지금 같이 살고 있는 남자친구 사이에서 낳은 아기지”

이본의 언니는 동거를 10년간 해오고 있었고, 이본 역시 남자친구와 동거를 3년간 하다가 여기로 온 것이었다. 오호라…유럽은 동거 천국이라더니 제대로 이 땅에 떨어졌나 싶어 핀란드 친구에게도 물어봤다.

이름이 카뜨야(Katja)인 이 친구는 내년 이화여대에 교환학생으로 갈 예정이다. 이 친구의 최대 고민도 다름 아닌 한국에 있는 동안 현재 같이 동거중인 남자친구와 떨어져 있게 된다는 점. 우리가 카뜨야의 고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남편과 1년 떨어져 있는 것’ 정도로 바꿔야 어느 정도 가능할 듯하다.

이쯤 되면 “남자친구와 결혼할거야?” 라는 질문 자체가 우스워진다. 대답이 “생각해 본 적 있다, 없다” 혹은 “한다, 안한다”가 아니라 “엥?” 이라고 돌아온다.

동거는 이들의 문화라고 특징짓기도 뭣한..그냥 학교 다니면 졸업해야 하고 일자리 알아보듯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같이 살 친구를 구해 동거를 하는 것이다. 우리 반의 마가이크와 벤트의 예가 가장 대표적일 것 같다. 둘은 독일에서 일명 캠퍼스커플(CC)로 이곳 핀란드로 교환학생을 같이 오게 됐다.

둘은 독일에서 동거를 했기 때문에 학교 기숙사를 같은 집 – 아파트처럼 각각의 집에서 2~3명이 한 집을 같이 쓰고 있다.-을 쓸 수 있도록 학교에 요구했는데 학교에서는 3명이 쓰는 집이므로 3명의 집값만 내면 문제 없으므로 허락을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듣고는 ‘돈이면 다 된다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게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그들의 대답이 정답이다.  “Why not?”

그러게.… 왜 안될 거라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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