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만 교수(물리학 전공)

학교 들어오기 전에 이화는 어떤 꿈을 꾸었나요? 지금은 즐겁게 다니고 있나요? 우리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본인은 어떤 학생이라고 생각해요? 먼훗날 이화가 성장해 이대를 빛낼 수 있을까요? 학교는 이화가 그렇게 될 수 있는 토양과 환경을 제공하고 있나요?

학교에 몸담은 지 20년. 이화가 햇빛이라 부르는 특별한 별빛을 처음 본 무렵부터 겠네요. 우리 학교가 국내 천체물리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지난 겨울 내 지도학생이 남극에 가서 우주선(cosmic ray)을 관측했다는 보도가 있었지요.

나도 이번 겨울 남극에서 한 달간 연구할 예정이에요. 주위에서는 작은 비행기를 타고 멀리 며칠씩 떠나가서 실험하는 일이 매우 위험하다지만, 호기심 때문에 그만둘 생각이 없어요.

우리 학교는 우주선을 연구하기 위해 남극 40km 상공에 풍선을 띄우는 실험 외에, 중고등학교에 높은 에너지 우주선 검출기를 설치할 계획(COREA)을 추진하고 있지요. 우주왕복선에 실려 400km 상공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선, 반물질(anti-matter), 암흑물질(dark matter)을 검출하는 AMS 실험도 하고 있고요.

이런 실험들을 하고 싶어하는 남학생들의 문의가 많지만, 우리는 여성들에게만 기회를 주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학생들은 이런데 관심이 별로 없나 봐요. 용기가 없는 것은 아닌가요? 내가 젊었을 때는 국내 과학교육 환경이 열악해서 공부하러 외국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지요. 지금은 그게 아닌데 이화 친구들을 잘 모르나 봐요. 나는 이화와 후배들이 인간의 궁극적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우주에 대한 큰 꿈을 꾸고 미래를 설계하기 바라며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고교시절 이후 진정으로 존경할 수 있는 과학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어요. 페르미·파인만·찬드라세커·베테·슈렘·와서버그 등. 이들은 우주와 관련된 물리학에 큰 기여를 한 분들인데, 현재는 와서버그 교수만 살아계시네요. 페르미 교수만은 책을 통해서였어요. 또한 모두들 내가 10년 세월을 보냈던 시카고대학과 칼텍(캘리포니아공대)에서 였지요.

나는 이화도 학창시절 존경할 수 있는 선생님들을 만나기 바래요. 의사출신의 바이러스 대가인 안철수씨는 독서광으로 책에서 읽은 파인만을 존경한다고 하더군요. 누군가를 존경한다는 것은 참 좋은 거예요. 그를 통해 내가 성장할 수 있고, 나를 바로 잡을 수 있거든요.

요즘 우리 친구들은 존경하는 지도자가 없다고들 하지요? 내 생각에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은 있을 터이니 그를 존경하는 것이 좋다고 믿어요. 정 안되면 타산지석으로라도 말예요. 대학시절은 꿈을 키우고 삶의 기둥을 세우는 때이니 그만큼 즐겁게 열심히 보내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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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한마디 

자연영역교양 ‘우주와 나’와 물리학과 전공 수업 ‘역학’을 가르치고 있는 양종만 교수(물리학 전공) 입니다. 주전공은 지구 밖의 태양계·우주는 어떻게 생겨났는지, 왜 그러한 형태로 있는지를 연구하는 천체물리학이죠. 연구년이었던 지난 학기에는 스위스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진행된 우주정거장 연구회의에 참여했습니다. 또 우주선과 관련된 국제학회가 열린 아르헨티나와 인도를 방문하기도 했죠.

자연에 대한 신비감·경외감을 갖고 있다면 누구나 천체물리학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의 천체물리학 수준은 국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리 학교 학생들의 관심이 적어, 타대보다 상대적으로 앞선 지금의 상황이 지속되리라 확신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세계 명문대가 천체물리학에 강한 것처럼, 우리 학교 역시 천체물리학이 발전할 때 더욱 밝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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