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과C동, 동맥경화·골다공증 등 인체질환 연구 활발해

‘삶 자체를 파괴하는가' 또는 ‘삶의 질을 파괴하는가'. 세상에는 크게 두 종류의 인체질환이 있다. 본격적으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되는 2020년,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단순히 평균수명을 늘리는데 그치지 않는다. 얼마만큼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 삶의 질과 관련된 건강수명으로 관심이 확장된 것이다.

우리 학교 종합과학관C동(종과C동)에서는 건강수명을 저해하는 동맥경화·골다공증 등에 대한 연구가 집중 진행 중이다. 이들 연구의 공통 목적은 우리 몸의 신호전달경로를 밝혀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실험용 쥐들과 벌이는 3년간의 사투

8백여 개의 케이지(cage)와 3천여 마리의 실험용 쥐. 종과C동 지하1층에는 조작된 유전자의 기능을 분석하는 ‘이화 실험동물 유전체연구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동맥경화의 발생 원인을 알아내는 연구가 한창이다.

오구택 교수(분자생명과학 전공)는 3천여 마리의 쥐들과 함께 동맥경화 치료를 위해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실험은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우선 동맥경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유전자를 예측, 그 유전자를 파괴하거나 새 유전자를 삽입해 조작된 유전자를 만든다. 이렇게 조작된 유전자를 쥐의 수정란에 주입하면 형질전환 된 새로운 쥐가 탄생한다. 이 쥐에게 새롭게 나타난 표현형을 분석하면 파괴되거나 첨가된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각각의 단계는 6∼7개월이라는 시간이 요구되며 전체 실험 주기는 2∼3년이 걸린다. 쉽지 않은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동맥경화의 완치를 목표로 하는 혈관질환 연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동맥경화 치료에 한발짝 더 접근

그동안 수많은 가설로 존재했던 세포성장에 대한 매커니즘이 강상원 교수(분자생명과학 전공)에 의해 처음으로 규명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산화수소가 세포증식에 관여하며, 이러한 과산화수소를 효소의 한 종류인 퍼록시리독신 이 조절한다는 것이다.

강상원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퍼록시리독신을 제거한 쥐의 혈관에서 과산화수소가 과다분비돼 혈관내 세포가 무한정 자라난 것에 착안했다. 퍼록시리독신이 결핍되면 과산화수소가 제어되지 않아 혈관을 막을 정도로 세포가 자라난다. 이는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경위와 직결된다. 동맥경화 환자에게 투입한 퍼록시리독신은 염증 부위에 직접 작용하여 과산화수소를 억제하고 혈관의 세포증식을 막는다.

강상원 교수는 “동맥경화의 심각성을 생각해 볼 때 이번 연구는 수술 후에도 장기적인 효과를 보지 못했던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폐경은 막을 수 없지만 골다공증은 예방가능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는 여성의 생체리듬. 폐경기에 이르러 에스트로겐이 더 이상 분비되지 않을 때 여성의 뼈는 밀도가 낮아지다 결국 구멍이 생기기에 이른다.

이처럼 폐경기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인 골다공증을 두고 현대 과학은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골다공증의 원인을 면역계로 확장해 연구의 폭을 넓힌 것이다.


뼈에는 뼈를 부수는 파골세포와 부서진 부분을 채우는 조골세포가 있다. 이들 두 세포는 상호작용을 통해 뼈의 밀도를 일정수준으로 조절한다.

면역계 역시 병원균이 침투했을때 T임파구를 활성화해 몸을 정상적으로 유지한다. 그러나 염증이 계속되면 우리몸의 면역계에서 만들어진 면역작용물질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 된다. 이는 파골세포의 과분화로 이어져 파골세포와 조골세포간의 균형을 깨뜨린다. 파골세포가 증가하면서 뼈의 밀도가 낮아져 골다공증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이수영 교수(분자생명과학 전공)는 골다공증을 둘러싼 이같은 삼각관계에 주목하여 신호전달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면역작용물질이 분화할때 어떤 단백질에 의해 파골세포로 유도되는지 신호전달경로를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현재 골다공증과 관련됐을 것이라 추정되는 3∼4개의 단백질을 발견해 동물 모델에 적용하고 있다. 이수영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만성 염증으로 인한 골다공증 환자뿐 아니라 폐경기 여성들에게도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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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설명

▷형질전환: 외부로부터 주어진 DNA를 생물의 세포 내로 집어넣어 유전적인 성질을 변화시키는 것. 형질전환은 1928년 영국의 F.그리피스에 의해 처음 발견됐으며, 1981년 형질전환 쥐를 생산하기에 이른다.

▷퍼록시리독신: 과산화수소를 물로 환원시켜 제거하는 생체효소 단백질로 지난 1988년 처음 발견됐다. 퍼록시리독신의 주요 기능은 신진대사 과정에서 생긴 유해산소를 해가 없는 물질로 바꿔(항산화 효소) 유해산소의 무제한 증가를 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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