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사생·2)씨는 8월, 학교 앞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이틀을 제외한 한달 내내 일해야 했다. 다른 시간에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 다리를 다쳤기 때문이다. “힘들었지만 달리 항의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진아씨. 하지만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일주일에 하루 이상 휴일을 갖는 것이 원칙이다.

이화인 10명 중 6명 최저임금 얼만지 몰라
이화인 대다수가 근로계약서·최저임금 등 근로기준법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본사가 8월31일(수)∼2일(금) 이화인 1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7.7%(143명)가 아르바이트를 해봤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의 79.8%(130명)가 근로계약서 작성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대답했고,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학생 중 88.8%(127명)는 실제로 근로계약서 없이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계약서는 노동자의 노동시간·휴일·임금 등을 규정하는 문서다.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르면 모든 사용자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최저임금제에 대한 인식 역시 낮았다. 최저임금이 얼만지 모르는 이화인이 전체의 58.3%(95명)를 차지했다. 최저임금은 근로기준법이 명시한 최소한의 급여로 노동부는 올 9월부터 시급 2840원을 3100원으로 인상했다. 이 외에 사업장의 4대보험(산재보험·고용보험·건강보험·국민연금) 가입의무에 대해 모르는 이화인도 81%(132명)로 압도적이었다.


아르바이트생의 필수권리에 대해 학생들이 모르는 것은‘아르바이트도 노동’이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5~6월 민주노총 서울본부·전국학생연대회의 등은 서울지역 11개 대학(연세대·성신여대 등)을 대상으로 ‘학생 아르바이트 노동실태’를 조사했다. 행사를 담당한 민주노총 서울본부 오상훈 조직차장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으면서도 피해인 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도 노동자로서 권리를 갖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노동권은 우리가 외면할 문제가 아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한 이화인 중 37.1%(53명)가 부당한 일을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많은 피해사례는 ‘사전약속 없는 초과근무(13.3%)’였고 ‘임금 미지급(7%)’­‘최저임금 이하의 급여(7%)’­‘강제해고(3.5%)’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부당한 일을 겪은 이화인 중 ‘사장에게 직접 항의(34%)’하거나 ‘노동부 등 기관에 신고(0%)’한 사람보다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59%)’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학생 아르바이트 노동실태조사’에 참여한 성신여대 유안나 야간대 학생회장은 “문제가 있을 때 학생들은 사장과 불협화음을 내지 않고 혼자 감수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상훈 조직차장은 “학생들이 눈에 띌 만큼 큰 피해가 아니면 좀처럼 신고하려들지 않는다”며 “그냥 참고 넘어가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교 주변 상가 69.2% "근로계약서 안쓴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사업주들의 태도도 문제다. 학교 주변 상점 5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9.2%(36곳)의 상점이 아르바이트생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촌지역 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ㄱ씨는 “일주일만 하고 나가는 학생들도 있고 핸드폰 값만 채우고 나가는 사람도 있다”며 “어떻게 일일히 근로계약서를 쓰느냐”고 말했다. 최저임금 3100원(2005년 9월 기준)에 못미치는 시급을 지급하는 곳도 46.2%(24곳)에 다다랐다.


학교 주변 상점들의 노동권 실태를 조사한 바 있는 경성대 총학생회 최우영 정책차장은 “최저임금은 어떤 사업체라도 넘어야 할 최저수준으로 정해진 것임에도 불구, 업주들의 법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아르바이트 노동권 지키기 스스로 노력해야
서울지방노동사무소 정익수 근로감독관은 아르바이트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서를 꼭 쓸 것’을 당부했다. 피해사례가 발생했을 때 근로조건을 명시한 근로계약서가 있을 경우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구술에 의존해야 한다. 따라서 사태파악이 어려워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어 그는 “대학생들이 지금부터 노동자의 권리찾기를 고민한다면 졸업 후 사회진출 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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