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라는 신분은 때로 남들이 겪기 힘든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맥킨지 앤드 컴퍼니(Mckinsey&Company). 전 세계 최정상급 경영 컨설팅 회사 중 하나인 이곳은 ‘천재소녀’ SKT 윤송이 상무가 거쳐 간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 하지만 명성에 비해 그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멘토멘티’ 취재가 아니었다면 그곳에 입사하지 않는 이상 일반인 자격으론 방문할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맥킨지 앤드 컴퍼니 서울사무소가 자리한 SFC(서울 파이낸스 센터) 로비에 들어설 때부터 위압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언뜻 보면 고급 호텔 같기도 한 휘황찬란한 내부, 그리고 그곳을 휘젓고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 어디론가 분주하게 오가는, 때론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며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프로’의 면모가 느껴졌다. 이 땅의 대학생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직업인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들은 ‘멋있었다’.

실제로 만남을 가진 취재원 역시 내 예상보다도 훨씬 매력적이었다. 하늘하늘 여성스런 외모에 감춰진 ‘프로'의 모습. 절제된 듯 하면서도 결코 딱딱하지 않은 자연스런 화술.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높다란 마천루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사무실은 더더욱 ‘환상'을 부추겼다.

인터뷰를 마친 뒤 입을 헤 벌린 채 다시 SFC 로비에 발을 내딛는 순간 갑자기 나 자신에 생각이 미쳤다. ‘나는 제대로 내 갈 길을 가고 있는 것인가?’, ‘나의 길은 도대체 어떤 것인갗 라는 근원적 의문이 쭈뼛쭈뼛 고개를 내밀었다. 기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안고 학보사에 발을 들여놓은 지도 반 년 째. 오히려 모든 것이 엉망이 돼버린 느낌이다. 좌충우돌, 실수에 실수를 거듭하며 힘껏 버텨온 학보사 생활에 막연하나마 자그만 코스모스의 형태를 갖추고 있던 나의 꿈은 어느새 혼돈의 소용돌이에 말려들었다.

학업과 취재를 병행하는 데서 오는 육체적 스트레스, 학보사 내의 특수한 인간관계, 잡다한 일거리 등으로 인한 ‘기자 생활’ 자체에 대한 피로감. 이러다 보니 예전엔 생각도 않던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에 조금씩 미련이 생긴다. 한 마디로 나는 끝을 알 수 없는 카오스의 늪에 빠져버린 것이다. 지금쯤이면 자신의 길을 찾아 그 곳에 매진하기 시작해야 하는데 나는 아무런 지표도 없이 이리저리 떠돌고만 있다. 다른 아이들은 이미 자신의 꿈을 좇아 저 멀리 달아나고 있는데 나만 표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엄습한다.

아무래도 새로운 ‘꿈 찾기’ 작업에 돌입할 때가 된 것 같다. 카오스가 다시 코스모스로 온전히 조직되듯, 나의 혼돈스런 꿈도 어디론가로 귀결될 것이다. 그것이 기자이든,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이든. 나는 다시 꿈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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