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분야에도 女風이 분다

지난 6월 열린 ‘세계여성학대회’에 이어 우리 학교에서 또 한번의 큰 잔치가 열렸다. 8월26일(금)∼29일(월) ‘여성과학기술인: 미래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을 주제로 열린 ‘제13차 세계여성과학기술인대회(ICWES13)’가 바로 그것.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린 이번 대회의 조직위원장 이공주 교수(약학 전공)를 만나 봤다.

­‘제13차 세계여성과학기술인대회’준비 과정은

과학기술부와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회장 정명희)가 이번 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와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 경험 등을 인정받아 쟁쟁한 경쟁국들을 제치고, 이번 대회를 유치할 수 있었다.

특히 필요한 예산을 투자받고 내실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들였다. 그 결과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네트워킹이 구축됐고, 전문 분야의 교류가 활발히 이뤄졌다. 또 우리 학교를 대회 장소로 선정해 여성 교육의 메카인 이화의 이미지를 널리 알릴 수 있었다.

­이번 대회의 프로그램 구성은

4일간 열린 이번 대회는 기조강연·8개 분과 초청강연·특별세션·멘토링세션 등으로 구성됐다. 그 중 우리나라를 알리는 데 심혈을 기울였던 특별세션과 과학자와 학생들의 만남을 주선한 멘토링세션이 성공적이었다. 정보통신기술(IT)·생명공학기술(BT)·우주항공기술(ST) 등 각 분과에 대한 논의도 순조롭게 이뤄졌다.

또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린다 킨(Linda Keen) 위원장, 세계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INWES) 모니크 프라이즈(Monique Frize) 회장 등 세계적인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강연은 이번 대회를 더욱 빛나게 했다.

­우리나라를 중심에 둔 특별세션은 어떻게 진행됐나

8월28일(일) ‘한국의 여성과학기술인: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한 특별세션은 한 시간 동안 한국어로 진행됐다. 세계적 규모의 학술대회에 우리나라 학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란 쉽지 않기에 이날 세션은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교육·지원 정책 등에 대해 선진국 학자들은 놀라워했고, 제3세계 학자들도 우리나라를 과학기술 발전의 중요한 역할 모델로 여기게 됐다.

­이전 대회와 구별되는 점은

이번 대회는 앞으로 여성 기술인들이 우리 사회의 ‘메인 파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이는 여성 과학기술자들의 수가 적어, 단지 서로를 돕고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였던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점이다.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현재 여성 과학기술인들은 더 이상 변두리에 있지 않다.

또 이번 대회는 전문적인 과학기술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전문 분야보다 ‘환경’·‘젠더’가 이슈화 됐던 일본·캐나다에서 열린 자난 두 차례의 대회에 아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전문 분야에 대한 논의가 선행된 후에, 젠더나 리더십 그리고 다음 세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를 찾은 외국인들을 위해 특별히 신경쓴 점은

여느 대회보다 많은 제3세계 학자들에게 여행 경비를 지원했다. 과학기술부에서 지원 받은 돈의 대부분을 20여개국 50여명의 여성 과학기술인들을 위해 썼다. 이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이번 대회에서 배운 것을 전할 경우, 그 파급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이런 혜택이 경제적 여유가 없는 제3세계의 여성 과학기술인 모두에게 돌아가지는 못한 점은 아쉽다.

약 90명의 자원 봉사자들은 대회 중 우리 학교를 찾은 외국인들을 안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자원 봉사자들은 대회 참여자들이 묵었던 기숙사를 정리하고,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등 원활한 대회 진행을 위해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했다. 친절하고 모든 일에 열심인 모습이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프랑스 사람들에게도 귀감이 됐을 정도다.

­미래의 여성과학기술인을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과학은 어떠한 목표에 도달하는데 있어 상당한 시간을 요구하는 학문이다. 과학 기술이라는 것은 꾸준히 향상해 어느 순간 정점에 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깨닫지 못하고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공계 이화인들이 중도에 공부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인내하면 세계를 이끄는 과학기술인이 될 수 있음을 잊지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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