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봉사모임‘다정’ 회장
강지현(문정·4)씨

“선생님, 안녕?”

이주여성 자원봉사모임 ‘다정’ 회장 강지현(문정·4)씨. 그가 아직 한국말이 서툰 필리핀 이주여성 레이첼(35)에게 듣는 인사다. 그는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국적도 다른 이주여성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 국립의료원에서였다. 병실 침대차를 나르고, 환자를 수송하는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고. 그는 “환자 어머니의 ‘고마워요’라는 말 한마디에 정말 뿌듯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처럼 작은 봉사 하나에도 보람을 얻는 그이기에 ‘다정’에서의 활동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다정’은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들을 일대일로 만나 한글을 가르쳐주는 모임이다. 강지현씨는 여기서 지난 5월 레이첼과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1주일에 한 번 레이첼의 집으로 찾아가 한글을 가르치고, 전래 동화와 뉴스 읽는 것을 도와 준다. 레이첼의 딸 은아(5)의 가정통신문을 챙기는 것도 지현씨의 몫이다. “통신문 첫 줄에 꼭 등장하는 ‘녹음이 푸르른 5월’같은 구절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곤란했다”며 웃는 그는 이미 레이첼의 가족이나 다름 없었다.

이주여성 봉사활동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그는 지난 7월 있었던 ‘경복궁 나들이’를 꼽는다. 이날 가장 인기있던 행사는 한국과 관련된 OX퀴즈였다고. “‘아저씨 한 개, 맞으면 O! 틀리면 X!’라는 문제가 나오자 고민이 가득한 얼굴로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라며 낯선 한국 땅에서 조금씩 적응해 가는 모습에 가슴 벅찼다고 전했다.

봉사를 시작한 후 그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주여성들을 떠올린다. “예전에 힘들 땐 얼굴을 찌푸렸지만 지금은 나보다 힘든 사람들을 생각하며 극복해 나간다”는 강지현씨. 그에게 있어 봉사는 누군가가 도움 청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스스로 도울 거리를 찾는 것이다. 이처럼 그는 자신의 시간을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며 ‘너그러움’과 ‘따뜻함’을 배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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