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통일기행’에 참가한 기여운(사회·4)씨·이정희(사과·1)씨

이화여대 금강산 통일기행팀이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한’ 금강산을 밟았다. 8월13일(토)~15일(월) ‘8.15 통일맞이 금강산 축전 추진위원회’에서 시행한 ‘금강산 통일기행’에 참여한 것.
20여개 대학 500여명이 참여한 이화인은 모두 스무명. 이화여대 금강산 통일기행팀 대표 기여운(사회·4)씨와 참가자 이정희(사과·1)씨를 만나 금강산에서의 2박3일을 얘기했다.
-북한 땅을 처음 밟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기여운(기) : 순식간에 북한 땅에 도착했는데 아찔할만큼 가깝더라. 하지만 출입국심사소(CIQ)에서의 사전과정은 해외 나가는 것보다 더 복잡했다. 짐 검사에, 몸 수색에, 관광증 발급 과정까지 거치느라 2시간 이상을 지체했다. 자유롭게 거닐어야 할 땅인데, 싶어서 속상했다.
이정희(이) : 금강산을 보고 ‘우리나라 산이구나’ 싶었다. 외국 산은 이국적이고 낯선데, 금강산의 첫인상은 설악산이나 지리산과는 분명 다른데도 낯이 익었다.
-‘금강산 통일기행’은 어떤 행사인가
기 : 단순한 ‘여행’이 아닌 ‘기행’이다. 금강산 산행을 통해 북한 땅을 밟아보고, 함께 간 대학생들끼리 체육대회·대동제 등을 열어 통일의 의미를 공유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이 : 일정 둘째날에 해수욕장에 갔다. 근데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찼다. 이 바다도 동해의 한 축이지 않은가.
기 : 금강에서의 마지막 밤에 있었던 대동제도 기억에 남는다. 강강술래를 하고 민중가요를 부르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통일에 대한 희망으로 고무됐다.
-우리 학교 참가단 스무명이 모두 개인단위로 참여했다고 들었다
기 : 다른 학교의 경우, 총학생회나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등 학내 단체가 기행을 주도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개인별 신청을 받아 팀을 꾸렸다. 우리 학교로서는 올해가 첫 참가였고 주도하는 단체가 없어 불안정한 출발이었다. 앞으로는 학생회를 비롯한 학내 단체의 주도로 금강산 통일기행이 지속됐으면 한다.
이 : 학교의 지원을 못 받은 점도 아쉽다. 중앙대는 15만원 이상, 고려대는 5만원 정도를 지원받았다. 우리 학교는 참가비 23만원을 스스로 부담해야 했기 때문에 비용문제로 참가를 포기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추상적인 질문 하나 하겠다. ‘금강산’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 : 금강산은 공식적으로 우리가 밟을 수 있는 유일한 북한 땅이다. 남과 북의 상호작용이 허용된 열린 공간이다. 우리가 금강산을 오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대학생들에게서 ‘통일’이란 화두가 멀어져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기 : 남의 일처럼 여기고 있지만 통일은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다. ‘쉬리’에서 ‘웰컴투동막골’까지 대중문화 속 북한의 이미지가 많이 부드러워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 북한에서 우리 말로 씌여져 있는 표지판,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을 봤다. 사진기만 들면 경계하던 북한 군인들이 나중엔 관광증 사진을 보며 ‘실물이 더 예쁘다’고 농담을 건네더라. 통일이 어떻게 남의 일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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