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장 평양으로 달려가자~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흥겨운 통일 가요에 대학생들 춤바람이 났다. 이 곳은 혜화역 1번 출구, 도로를 가득 메우며 400m 남짓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눈에 띈다. 그러나 더 눈에 띄는 것은 짝을 지어 율동을 하는 대학생들. 더위에 지친 다른 참가자들을 위한 대학생들의 응원전이다.

광복60주년·분단60년·미군 주둔60년인 8월15일(월), 통일연대·민중연대는 대학로에서 종각까지 ‘8.15 반전평화, 자주통일 대행진’을 열었다. ‘우리끼리 통일하자’는 슬로건 아래 학생·여성·노동·정당 부문 등 우리 나라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모였다. 그리고 그 선두진에 바로 대학생이 있었다. 이 날 전체 참가자 수 1만5천여명 중 청년·학생 부문은 4천500여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의 참가단위를 기록했다.

오전 11시30분, ‘민족충남’‘애국외대’‘청년서강대’ 등 40여개 대학 깃발의 힘찬 휘날림으로 행진이 시작됐다.

청년·학생부문의 임무는‘화려하게 튀어라!’. 청년부문 앞쪽은 흰색 바탕의 하늘색 한반도기가 펄럭이며 물결을 이룬다. 연이은 파란색 풍선들은 평화의 물결을 한층 밝게 수놓았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통일선봉대·경기남부지역 대학생들이 준비한 지름 30센치 크기의 바람개비 대열. 날개마다 통일 염원 글자를 새겨 통일 바람을 휩쓸겠다는 그들은 바람개비를 날리는 내내 신나는 표정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다른 한 쪽에서는 삼순이·삼식이들이 뭉쳤다. 부산·경남지역 대학생들은 흰색 수건으로 양머리를 말아 머리에 뒤집어 쓰고 연신 ‘한반도 자주평화’를 외친다. 또 서울동부지역대학생들은 단체로 진분홍 티에 분홍꽃술을 흔들며 통일을 기원하는 꽃바다를 만들기도 했다.

행사에 참가한 건국대 주현경(경영·3)씨는 “대학생들의 무기인 재기발랄함을 이용해야죠”라며 “무거운 정치 사안을 거부감 없이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는 재미있는 소품 사용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반미여성단체 황금미영 총무부장도 “민족공조를 상징하는 대형 조형물들과 대학생들의 재미있는 소품 때문에 대중적인 행사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보여주기’를 강조한 대학생들의 행진을 이번 행사의 특징으로 꼽았다.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은 피켓도 화려함에 한 몫 한다. 햇빛에 반짝이는 투명 비닐지 피켓부터 학생들이 여기저기 매직으로 소망을 적은 피켓까지 각양각색이다. 진달래 무늬·한반도 무늬 등 피켓 모양도 특이하다. 동서울청년회 학생들은 “대행진 몇 일 전부터 밤을 새워 아이디어를 짜서 만든 작품들”이라고 자랑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과거와 달라진 학생들의 분위기다. 통일의 ‘통’자만 꺼내도 빨갱이로 치부되던 과거에는 운동권 학생들만이 대행진의 참가자였다. 그러나 이제는 일반 대학생까지 그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3년 째 통일 대행진에 참가해왔다는 서울대 김다은(중문·3)씨는 “이번에는 후배들도 참여 하겠다고 찾아와 같이 왔다”며 “1·2학년 때와는 다르게 이런 행사를 보는 일반 학생들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이 행사 외에도 통일기원 백두한라 대행진에 참가했다는 동국대 유민지(사회·4)씨는 “역사의 한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정말 좋다”며 밝게 웃는다.
오후1시45분, ‘오늘 우리가 흘린 땀을 국가는 통일로 보답할 것’이라며 해산을 선언하는 사회자의 모습을 뒤로하고 행사는 막을 내렸다. 행사 후 ‘정말 통일이 눈 앞에 온 것 같다’며 흥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분단 60년의 간극이 조금씩 줄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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