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순 교수(환경학 전공)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남해의 붉은 바다를 보고 적조의 계절이 왔음을 알게 되었다. 검붉은 파도가 넘실대는 적조는 태풍이 몇 차례 휩쓸고 간 뒤에야 끝이 날거야. 삼사월의 황사, 오뉴월의 오존과 스모그가 이제 곧 따스한 가을 햇살이 찾아오면 다시 나타나겠지.
다시 말해 우리의 계절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에서 황사·오존·스모그·적조의 계절로 바뀐 셈이지.

올여름 바닷가로 휴가 간 학생들은 자외선 때문에 꽤나 고생들 했을 거야. 1974년 로우랜드와 모리나 교수는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한다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어. 당시 아무도 그들의 주장을 믿지 않았지. 그러나 1985년 인공위성으로 남극 하늘에 뚫린 오존층 구멍을 확인한 뒤에야 사람들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게 됐단다. 그들은 1995년에야 노벨상을 수상했어. 지난 80년대 말 전세계의 프레온 가스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유엔(UN)이 나서지 않았다면 지금쯤 우리 모두 집에만 있던가, 우주복을 뒤집어쓰고 외출해야 했을지도 모르지.

그제 중국에서 몰려온 구름이 만든 비는 산성비가 틀림없어. 중국은 현재 많은 양의 석탄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매연처리를 하고 있지 않아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하지. 심지어 중국이 바다에 버리는 폐수 때문에 우리나라 서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염이 심한 바다가 돼버렸어.

태풍도 걱정이야. 일반적으로 태풍은 적도 부근에서 발생해 이동하면서 에너지를 얻어 강해지지. 그런데 바다의 수온을 높이는 지구 온난화 현상은 이러한 태풍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더 큰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단다. 이에 따라 더운 바다를 좋아하는 적조도 더 붉어지고 오랜 시간 극성 부리게 됐지.

이 모든 것이 걱정이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은 국제기구·정부·언론·연구재단 등이 우리를 많이 도와주고 있다는 거야. 나는 요즈음 노트북 하나로 오염돼가는 하천·호수·바다를 되살리는 연구를 하고 있어. 팔당호·소양호를 포함한 한강, 낙동강, 새만금, 인천 앞바다 등이 내 노트북에서 그래픽이나 애니메이션 파일로 재현되곤 하지.

수질모델이라 부르는 이것은 물 흐름, 오염물질 확산, 수질반응, 그리고 생태계 변화 등을 미분방정식으로 표현하고 수치해법으로 풀어서 프로그램화한 거야. 간단한 것 같지만 위성관측 지형자료에서부터 기상·수질·생태계 등에 관한 방대한 자료와 작업이 필요한 일이란다. 우리는 각각의 모델에 각종 시나리오를 연출하면서 썩어가는 자연의 물을 살릴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고 있지.

이제 적조의 계절은 눈앞에서 지워버리고, 푸른 바다·맑은 공기·물과 생명·금수강산·초록별 지구를 꿈꾸며 편지를 접을까 한다.

 

◆필자의 한마디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그 어떤 국가 정책보다도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화인여러분, 수질문제는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물과 함께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물문화가 수질오염의 주 요인임을 생각해 볼 때, 음식문화를 이끄는 여성의 경우 누구보다 수질개선에 앞장설 수 있습니다.

OECD 국가 중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많아 ‘먼지 공화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먼지 청소에 쓰일 깨끗한 용수가 부족하여 얻어진 불명예입니다. 이는 곧 인간의 호흡기 질환으로 연결됩니다. ‘살생의 부메랑’이 돼버린 환경문제. 이젠 인간의 생존전략으로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여성은 자연에 대한 애정이 높아 환경문제에 더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학기 우리 학교에 처음 개설된 환경 교양수업 ‘미래를 위한 환경의 이해’를 통해 작은 관심부터 키워갑시다. 이상 수질개선을 위해 늘 고민하는 박석순 교수(환경학 전공)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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