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학은 방대한 기록물을 추려내는 작업"

단순히 역사를 기록하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독자적인 응용학문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기록학’. 무엇이든간에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인간의 열망은 ‘기록학’이라는 학문을 탄생시켰다. 아직까지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신생학문인 ‘기록학’이란 과연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기록학을 하기 위해서는 분류하는 기술 이외에 남다른 신념까지 요구된다고 말하는 명지대 김익한 교수(기록관리학 전공)를 만나보자.

­기록학의 정의는.
기록학은 기록의 본질을 탐구하고 그것을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체계화한 학문이다. 여기서 기록이란 인간의 행위에 의해 만들어진 총체적인 집합을 말하며, 기록은 종이·사진·음성·전자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존재한다.
기록의 경우 생산·관리·활용 단계의 ‘라이프 사이클’을 가진다. 말 그대로 개인이나 조직에 의해 생산된 기록이 분류기술에 의해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것이다. 즉 방대하게 생산된 자료를 목록화하여 쓰임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같은 핵심 기록을 보관하는 곳이 바로 대학·기업·공공 기록관이다. 각각의 기록관은 주요 기록물을 공개하는 것으로 신뢰성을 높이며, 국민·지역 등 다양한 개체와 소통하고 있다.

­기록학은 그 발생이 특별하다고 하는데 .
궁극적으로 기록학은 기록을 이용·관리·보존하기 위해 발생했다. 기록은 역사 속 자료에 근거하기 때문에 역사학을 기반으로 한다. 기록의 관리 역시 대상만 다를 뿐 정보 관리와 일맥상통하므로 문헌정보학에 뿌리를 둔다고 할 수 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기록의 보존 역시 IT과학에 기초한 것이다. 이처럼 세 분야에 걸친 복합적인 학문 양상은 근대 기록학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발생학적 특징으로 한때 미국에서는 역사학과 문헌정보학 사이에서 경쟁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학문의 방법론을 두루 활용하고 있는 기록학은 그 특성상 학문간의 경쟁보다는 이를 적절하게 융합하고 있는 추세다.

­기록학의 가치에 대해 논한다면.
기록은 인간의 행위를 통해 남겨진 지식이므로 이를 재현하는데 의의가 있다. 이를 통해 인류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겨진 과거의 어떤 사실을 특정 상황이 벌어졌을때 노하우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로온 후임자가 그동안의 일처리 방식을 습득하기 위해 전임자가 구축해놓은 과거 자료를 살펴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치 있는 자료를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이 악용될 경우 사회적인 폐해를 남기게 된다.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된 인류의 공동 지식은 민주주의의 실현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록학을 다루는 모든 학생들은 인류에게 지식의 공유를 선물하겠다는 신념으로 기록학의 본질에 접근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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