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작 문은경(국어국문학 전공 석사과정 3학기)씨
부제 : 넌 세상에서 가장 빨리지는 꽃이 아니다
사실 바깥 불은 뜨겁지 않다잖아.
안 불이 뜨겁대.
한 몸 훌훌 벗어내듯 다 태우는 것 같은데,
저 불길마다
마음이 다른 거야.
군불이라고 알지 몰라.
잠깐 태워 꺼져버리는 겉불 말고
한번쯤 크게 입김을 불어넣어야만
제 몸에 불길을 보여주는 군불말이야.
제 겉불을 다 내어주고
검은 숯으로 남아서
이글이글 은근은근
불길을 보여주는 군불.
그리고 이건 알지 몰라.
새벽마다 군불을 살피려고
밖에 나간 어머니가
평생 품고 계신 불씨.
불씨를 꺼트리면
그 집이 망한다는 이야기 때문에
당신 한 몸이 흙이 되어
품고 계신 불씨말야.
넌 그 씨앗이 피어올린 꽃이야.
빨리 진단 말은 하지 말아줄래.
곧 끝난다는 말은 하지 말아줄래.
겉불로 다 타고도
은근은근 불길이 남아
너의 한 몸이 열매가 되고 씨앗이 될 텐데,
거봐, 벌써 온몸이 울컥 붉어지잖아.
이대학보
hakbo@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