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 연극 단체, 신인 연출갇실험적 연극 지원해

100만원으로도 멋진 연극 한 편을 만들 수 있다.

지난 7월4일(월) 대학로 소극장 블랙박스 씨어터에서 ‘100만원 연극공동체’가 출범했다. 이 단체의 결성 취지는 ‘자본 논리에 의해 점차 대형화·상업화되는 현재 공연시스템에 대항해 연극 정신을 되찾자’는 것. 여기서 단체 이름 ‘100만원’은 저예산을 상징하는 액수다. 이들은 실제 연극을 제작할 때 최대 300만원의 비용이 넘지 않도록 세트비·대관료 등을 최소화한다. 정부의 지원이 미약해 소극장 연극 제작이 힘든 상황에서, 실험 정신이 뛰어난 저예산연극을 활성화 시키려는 의도다. 단체를 이끄는 송형종 연출갇박장렬 연출가 외에 300여명의 많은 연극인들이 동참의 뜻을 밝혔다.

100만원 연극공동체는 본격적으로 올해 1월 대학로 낙산씨어터에서 ‘제1회 젊은 연출가 오목전’을 열었다. 이 행사에서 이정하·백순원 등 젊은 연출가 5인은 한 작품 당 약 2백만원의 비용으로 각자의 작품을 만들었다. 다섯 극단이 극장을 같이 사용하고 팜플렛을 공동 제작한 것이다. 보통 한 극단이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1천여만원의 제작비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할 때 상당 부분의 예산이 절감됐음을 알 수 있다.

올해 4년 째를 맞은 ‘연출가 데뷔전’ 역시 100만원 연극공동체가 힘을 쏟는 저예산 실험연극제다. 이를 통해 신인 연출가에게 제작비를 지원하고, 무대 진출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처럼 젊은 정신의 저예산 연극을 장려하는 100만원 연극공동체의 활동은 다방면에서 긍정적 의의를 가진다. 가장 큰 이점은 예술의 다양성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 많은 예산을 투자한 대규모 공연들은 흥행을 위해 안정적인 레퍼토리를 선택한다. 그러나 저예산 연극은 흥행에 대한 부담이 적고 실험적 도전이 가능해 다양한 형태의 극을 발전시킬 수 있다.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독립영화와 동일한 미학이다.

연극 본래의 순수성 회복에도 기여할 것이라 기대된다. 세트 비용을 최소화해 무대 소품보다 연극의 기본인 배우의 연기가 더 중요시 되기 때문이다.

극단 ‘가변’ 송형종 연출가는 100만원 연극 공동체를 ‘미래를 위한 씨앗’에 비유했다. 궁극적으로 이 단체의 운동이 젊은 연극인들에게 상업 논리에 굴하지 않고 연극에만 전념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줄 것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100만원 연극 공동체의 저예산 연극 운동은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관객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송형종 연출가는 “특히 상업주의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대학생들이 다양성 존중의 측면에서 대형공연 외에 저예산 연극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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