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 기자랑은 안 놀아’

학보사 기자 생활 2달차. 2달간의 예비 수습 과정을 겨우 마치고 돌아온 내게 비빌 언덕은 없었다. 이제껏 늘 비빌 언덕은‘친구’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언덕이 사라져 가는 느낌이었다. 막막 하기만 했다.

예비 수습 일정은 일정표에 쓰여진 대로 빽빽하게 돌아갔다. 학보사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나로서는 그저 따르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했다. 모든 일정은 무조건 학보사가 0순위 이었고, 나머지를 신경 쓸 여력 따윈 남아있지 않았다.

학보사 기자 생활을 동아리 활동 정도의 만만함으로 생각했던 것이 실수였다. 방학이랍시고 친구들과의 해외 여행, 놀이공원, 술 등등 약속이란 약속은 다 잡았던 것이다. 하지만, 유동적인 교육 일정 속에서 끝나는 시간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친구들과의 약속 지각은 물론이고 당일 약속 취소를 밥 먹듯이 했다. 어색하고 만만치 않은 학보사 생활 속에서 나는 지쳤고, 즐겁고 여유로운 방학 생활 속 친구들은 나를 기다리다 지쳤다.

그러던 어느 날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정곡을 찌르는 글을 하나 받았다. 내용은 가장 친한 친구로서 무조건 덮어놓기 보다‘약속’의 의미에 대해 명확한 정리를 하자는 것이었다.‘넌 학보사만 약속이야?’라는 질문 앞에서 학보사를 우위에 둔 2달간의 생활이 참으로 무색해 졌다.

내게 학보사 만이 중요하다는 것이 아닌데, 친구들이 느끼기에는 그럴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에 억울하기도 했다. 동시에 이런 식이라면 계속해서 친구들을 잃을 수 밖에 없다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친구와의 만남을 가졌다. 여기엔 변명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설명’이 필요했고 또 해야만 했다. 학보사의 큰 체제에서부터 사소한 일정에 대한 소개까지 학보사 기자의 생활,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도록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 일어날 불확실한 사정에 대해서도 양해를 구하고 최대한 친구를 배려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언덕 붕괴 위기는 대화와 이해의 시간을 통해 더욱 견고한 언덕으로 거듭났다. 이 견고한 언덕을 얻은 지금,‘정식 수습 기자’로서의 고된 생활을 버티는 것이 두렵지 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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