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에 말걸기
학보사에 말걸기
  • 김혜윤 기자
  • 승인 2005.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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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전 학보사 수습기자 시험을 보던 때가 엊그제 같다. 학보사 선배들에게 둘러싸여 면접을 치른다는 것 자체가 긴장되고, 떨리는 일이었지만 남들보다 늦게 도착한 나는 ‘혹시 지각해서 감점받는 게 아닐까’하는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려웠던 2차 면접을 보고 나온 뒤 학보사 기자가 될 거란 희망을 접었다. 질문도 너무 어려웠거니와 순간순간 내비친 실수 때문에 이미 떨어졌을 거라고 스스로 단정지었기 때문이었다.
불과 며칠 후 “축하합니다. 수습기자에 합격하셨습니다.”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어찌나 떨리던지. 너무 놀랍기도 하고 믿기지 않아 “정말요?”라는 질문을 되풀이했다.

그렇게 학보사의 성원이 된 내게 학보사는 미지의, 그렇지만 두근거리는 공간으로 다가왔다. 그때만 해도 모든 것이 신기해 보였고,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이 여겨졌다. 그러나 색인과제를 거친 후 내 상상속의 학보사 이미지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처음 접해보는 막대한 분량의 숙제(1학기 분량의 학보사 색인.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기에게 내준 분량이 가장 적었다고 한다.), 며칠간의 밤샘작업, 그러고도 다 완성하지 못한 숙제.

지금 생각해보면 게으른 내 탓이거늘 순간 학보사에 대한 정이 다 떨어졌다.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하나’, ‘방학인데 놀지도 못하고 이게 뭐하는 건갗, ‘내가 학보사를 계속 할 수 있을까?’ 평소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만나 노는 게 낙이었던 내게 학보사는 하나의 골칫덩어리로 다가왔다.

그러나 동기들과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언니들과 정을 쌓아가면서, 그리고 OT를 통해 진짜 기자 생활을 체험하면서 학보사에 갖고 있던 불만들은 어느새 사라져갔다. 특히 OT과제를 하면서 평소에 만날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직접 기사를 써보면서 학보사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엔 관심 없어 보이지 않던 내 생활 밖의 일들이 신문 상평, 실전 취재 TR 등을 겪고 나니 의미 있는 것들로 느껴졌다. 나름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진 것도 같다. 또 2달간의 학보사 생활 속에서 책임감, 철저한 시간 관리,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력 등 지금까지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되새길 수 있었다.

물론 학보사가 내 인생의 일부가 되면서 버려야 할 것도 많았다. 집에서 TV를 보며 편안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여유, 원할 때마다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삶, 느긋하게 독서를 즐기는 시간 등. 때문에 처음 1달동안 학보사에 적응하지 못했는 지도 모른다. 역시 취재기자가 신문에 실린 자신의 기사를 보며 뿌듯해하는 보람은 거저 얻는 것이 아니었다. 그걸 뒤늦게 깨달은 게 내 잘못이라고나 할까.

이제 다음주면 개강호 작업이 시작된다. 학보사 성원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가져보는 제작이다. 그렇기에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긴장되고 떨린다. 실제 제작에 들어가면 지금보다 더 힘든 일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학보사와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아마 앞으로는 자유시간이 더 줄어들겠지. 그러나 “학보사를 시간낭비가 아닌 배움의 공간으로 여겨라”라는 선배 언니의 조언처럼 앞으로의 2년을 평생 후회하지 않을 시간으로 남기고 싶다. 내 자신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혜윤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