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기를 꺼려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 능력의 막다른 골목에 마주치는 기분을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이 유쾌하지 않은 상황을 밥 먹듯이 마주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학보사다. 이는 짧은 학보사 생활동안 내가 이 곳에 대해 내린 결론이다.

“학보사는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는 공간!”

학보사와 인연이 닿기 전에 나는 ­내가 밤을 새서 못할 일은 없어!­라는 다소 우스운 생각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 생각이 꽤나 큰 대가를 치루며 산산이 부서진 계기는 바로 지난 학기의 신문 전부를 샅샅이 읽고 정리하는 ‘색인과제’였다. ‘불가능’라이는 단어만 내 머릿속에 촘촘히 매워지는, 절대로 알고 싶지 않았던 나의 한계점을 보아버린 것이다.

확실히 학보사는 일상생활에서 간간이 겪을만한 한계를 대형 패키지로 몰아주는 인심을 베푼다. 글 쓰는 능력의 한계, 날카로운 비판력의 한계, 통통 튀는 참신함의 한계, 겁 많은 내가 취재원에게 들이대는 대범함의 한계, 효율적인 시간관리의 한계, 스트레스를 견디는 체력의 한계까지. 그리고 한 고비 한 고비를 넘길 때마다 종합한계선물세트는 새로운 ‘한계’를 가득 담아 또다시 배달될 것이다.

그러나 한계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아는 사람만이 출발점을 바로 잡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주어진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계를 한계로 끝낼건지, 아니면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건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내 한계와 마딱드릴 때마다 나는 조금씩 굳세고 단단해질 것이다.

학보사가 아니었다면 그 무엇이 나의 한계를 이토록 정확하고 적나라하게 짚어낼 수 있겠는가. 나는 하나의 한계를 확인할 때마다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다 .이는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발전은 아닐지라도 조금씩 전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학보사형 인간’­ 주제넘지만 별다를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성실하고 늘 깨어있으면 되는 것이다. 이 언뜻 보면 쉬운 명제를 위해 나는 매 순간 나의 한계와 마주한다. 지금 나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잔뜩 힘을 준 채 말한다. 첫 제작아! 그래, 덤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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