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세계여성학대회 참관기

새 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우연히 제 9차 세계여성학대회 참가자 모집에 대한 공고문을 보게 됐다. 평소 같으면 무심코 지나갔을 텐데, 이번 학기 ‘여성학’과 관련된 교양과 전공 수업을 수강하게 된 터라 관심이 생겼다.

심혈을 기울여 참가 지원서을 작성하고, 진땀을 흘리며 면접을 치룬 후에야 비소로 약 스무 명의 학생들과 함께 ‘참가자’ 교육을 받게됐다. 세계 석학들의 강연이 같은 시간에도 수십 개씩 열리는 이 행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이번 여성학 대회에서 들었던 여러 강연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커리큘럼의 변화: 흑인 여성학의 지도(Transforming the Curriculum: Teaching Black Women's Studies)’와 ‘유색인종 여성들의 노동의 재현과 그 의미(Meanings and Representations of Work in the Lives of Women of Color)’란 주제의 강연이었다. 두 강연 모두 발표자들이 준비해 온 자료를 그대로 읽기보다는 청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여유롭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들은 모두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학 교수로, 3년 전부터 ‘흑인 페미니스트 이론 프로젝트(Black Feminist Theory Project)’를 추진해왔다. 이 프로젝트는 '흑인 페미니스트'에 대한 것이지만 프로젝트를 맡은 학자들 중에는 백인 여성과 아시아 여성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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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첫째, 여성들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둘째, 여성으로서 삶의 경험들을 나누는 것이다. “같이 나누지 않으면 뭐 하러 공부합니까?”하며 서로 웃음을 터뜨리던 강연자들을 보면서 지식을 공유하려는 그들의 진실한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강연자들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흑인 여성들의 모습을 실생활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흑인 여성은 흑인 남성에 비해 노동량은 훨씬 많은 반면 수입은 적으며, 문화적인 혜택 또한 적다고 한다.

강연 중 한 교수는 불평등한 사회 체제에 맞서 페미니즘 활동을 펼치는 네 명의 흑인 여성들에 대해 말했다. 그들은 ‘인종에 대한 의식(race consciousness)’을 지니고 있는데, 그들의 활동은 과격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통속적인 성 관념에 대항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번 세계여성학대회는 나에게 '흑인여성'에 대한 이중적인 차별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 시간이었다 . 나는 이 두 강의를 들으면서 흑인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점 외에도 그들의 피부 색 때문에 성적. 인종적으로 차별 받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중으로 타자화 되는 그들. 그들을 위해 나는 내가 가졌던 편견을 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들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Embracing"해야겠다고 말이다. 

정아름(영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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