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 떠 다니며 '하늘을 나는 닭'을 연상시키는 사람 모양의 나일론 풍선들. 그 아래 깔린 인공잔디 위에서는 풍선 나일론 옷을 입어 뚱뚱해진 두 사람이 웃음을 터뜨리며 움직인다. 이는 이화아트센터에 비치된 라니아 호(중국)의 인터랙티브설치작 ‘Ho Fatso’와 작품 속 일부가 되어버린 관객들의 모습이다.

이처럼 관객이 직접 만지고 변형시킬 수 있는 설치작품이 전시된, 제5회 EMAP(Ewha Media Art Presentation) ‘f선상의 미디어’가 21일(화) 이화아트센터 및 야외 교정에서 막을 열었다.

세계여성학대회와 맞물려 열린 ‘f선상의 미디어’ 전은 테크놀로지·여성·아시아를 화두로 삼는 여성 미디어아트 전시회다. 전시명의 ‘f’는 feminism(여성주의)·flux(유동적)·fantastic(환상적) 등 여성적 양식과 결부되는 단어의 첫 글자로, ‘변화하는 여성’과 ‘형성 중의 여성’을 대변한다.
이날 오후에 열린 개막식에서 외부초청총괄기획자 김홍희씨는 “고착된 여성 정체성을 대신할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는 전시회가 될 것이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이번 전시는 거대 규모의 설치작품을 비치한 실내특별전과 다큐멘터리 등 영상물을 상영하는 야외영상전으로 나뉜다. 한국·아시아 여성 작가들의 작품 14점이 전시된 실내특별전은 재학생·외국인·외부인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은 작가 김영미(한국)의 혼성미디어설치작 'window'. 여러 개의 구슬이 이어져 만들어진 '발'을 관객이 건드리면 그 때의 흔들림이 모니터에 나타나는 작품이다. 김영미 작가는 작품에 대해 “카메라를 통해 단순히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지나간 자취를 담아내는 시간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헤나를 이용해 손과 팔에 다양한 문양을 그리는 모습을 비디오 화면으로 보여준 비디오 설치작 'You Begin' 앞에서는 작가 바르샤 나이루(태국)가 관객들에게 헤나를 직접 그려주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하지원(한국화·2)씨는 “영상 속의 헤나를 실제로 손에 그리니 마치 작품 속에 들어간 기분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야외영상전에서는 미주·유럽·아시아 여성 작가들이 페미니즘을 주제로 제작한 영상물이 운동장 옆길·김활란 동상 앞 등 교정 곳곳에 설치된 9개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여름밤의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주변 숲과 어우러진 각 스크린 속의 영상물은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번 실내특별전은 30일(목), 야외영상전은 23일(목)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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