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아니 수천만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아프게 울렸던 노희경 작가. 그의 드라마를 본 많은 사람들은 주인공 한마디 한마디에 울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사는 이유’와 ‘그가 사는 방법’에는 어떤 특별한 비법이 숨겨져 있기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까. 이런 궁금증과 설렘으로 그를 찾아 가는 길은 번거롭고 멀었지만 마음만은 즐거웠다.

그가 웃으며 건넨 첫마디는 “배고프죠. 우리 먼저 맛있는 밥 먹으러 가요”였다. 저녁을 먹는 내내 오는 길이 멀지는 않았는지 묻고, 불면증과 두통에 시달리는 기자에게 명상을 권하던 그는 속깊은 옆집 언니 같았다.

그의 작업실로 자리를 옮겨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만의 세상을 보는 눈과 세상을 말하는 손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동성애자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슬픈 유혹’을 통해서 그들이 왜 그런 사랑을 해야만 했는지 이해시키고 싶었어요” 이렇게 말하는 노희경 작가의 눈은 편견이 없는 자유로 가득했다. 유리알 같이 맑은 눈은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있는 듯 했다.

또 커피가 가득 담긴 머그잔과 담배를 들었다 놓는 그의 가늘고 작은 손가락. 그 여린 손가락으로 ‘꽃보다 아름다워’의 엄마(고두심)와 자식들이 되어 이야기를 세상 모든 이들에게 들려줬을 거라 생각하니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불안과 불신 속에서 방황하며 세상에 화가 나 있던 20대 젊은 시절엔 누군가 해주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살아가는데 많은 힘이 됐죠”라는 노희경 작가. 우리는 20년 전 그처럼, 그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와 ‘내가 살아가야 할 방법’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유’와 ‘이해’라는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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