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Bye, 사진기, 언니들, 가족
Good Bye, 사진기, 언니들, 가족
  • 이유영 기자
  • 승인 2005.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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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학자 짐멜은 말했다.
사회는 인간들의 끊임없는 관계맺음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그는 우리에게 사람들 사이의 만남과 사귐을 강조한다.

허나 현대 사회학의 대가인 그도 간과한 부분이 있다.
때로 사회는 인간 관계의 단절을 통해 발전하기도 한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우리에게 헤어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헤어진다는 것.
그건 내가 그것을 가지고 있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해준다.
사랑, 고마움, 소중함, 설레임……을 말이다.
지금 난 내가 미치도록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과 헤어져야 한다.

사진 찍기의 멋을 알게 해준 ‘F3 카메라’와 힘든 수습 시절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언니들, 또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엄마·아빠와 말이다.

#. 사랑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 이유가 되어주신 분들. 우리 엄마·아빠. 정확히 100일 후에 부모님은 캐나다로 떠나신다.
엄마·아빠와 헤어진다고 했을 때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부모님의 바다같은 넓은 사랑을 한 순간에 느낄 수 있었다. 지나온 앨범들을 보며, 여름 밤 정원 테라스에 앉아 오순도순 했던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성년의 날 “우리 딸 축하한다”며 전화벨 넘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까지.

비록 태평양 바다 건너로 떠나시지만 그 큰 바다가 부모님과 나의 사이를 가로 막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헤어짐이 두렵지 않다.
비록 예전의 추억처럼 그런 따스함을 느낄 순 없겠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그 사랑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고마움
학보사 생활에서 내게 힘이 되어주었던 언니들이 있다. 그 언니들이 2주 후에 학보사를 퇴임한다. 비록 직접 말로 표현한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마음만큼은 늘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다. 막상 제작이 한번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을 때, 다음 번 제작에선 만날 수 없다고 했을 때 실감나지 않았다. 솔직히 언니들 없이 학보사 생활을 잘 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언니가 말했다.
다음엔 학보사 기자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 보자고.
그래서 난 헤어짐이 두렵지 않다.
또 다른 만남과 믿음으로 다시 보게 될테니깐 말이다.

#. 설레임
아빠의 수동 카메라만 보다가 학보사 사진기자가 된 후 직접 내가 작동하게 될 카메라가 생겼을 때 그 기쁨과 설레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F3 카메라’를 받은 순간 떨렸던 내 가슴의 고동 소리가 아직도 내 기억에 선하다.

노출이 맞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에서부터 그 카메라를 통해 만났던 사람들까지.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소중한 기억이다.
하지만 다음 학기가 되면 이 카메라는 76기 수습사진기자가 사용하게 될 것이다.
섭섭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난 헤어짐이 두렵지 않다.
나의 온기와 따스한 마음이 카메라를 통해 전달 될테니깐 말이다.

#. 소중함
왜 이 감정들을 진작 느끼지 못했을까?
진주는 진흙속에 있듯이 소중함도 일상에 숨겨져 있는 것 같다. 일상에서 소중함을 드러내 보이도록 하는 것이 바로 헤어짐인 것 같다.

헤어짐이 두렵지 않다고 해서 슬프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슬프고 헤어지기 싫지만 그래도 난 쿨하게, 멋지게 헤어질 것이다.
우리네의 인생 살이는 끊임없이 돌고 도는 원과 같기 때문이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이 있다면 또 다시 만나기 마련이다.

헤어짐의 미학. 그것은 인간에게 따뜻한 정의 불씨를 되살아나게 한다.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보고싶어 하는.

그래서 난 헤어짐이 슬프지만, 두렵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