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동안 쌓아온 나의 원고들. 그 안에서 이제 나의 마지막 학보사 수습 소설은 시작한다.


1.발단-행복
학보사에 맨 처음 들어왔을 때, 그 각오를 생각해봤다. ‘무슨 일이든 정열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성실히 하겠습니다’라고 책상을 치며 당차게 말하던 나. 모든 일을 잘 할 수 있엇을 것만 같았던 때였다. 취재의 힘듦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도 나에게는 모두 기쁨으로 다가오던 학보사 신입 수습시절. 모든 이화인들에게 친절한 기사를 읽게 하겠다는 그 결심으로 나는 학보사 수습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2.전개-반복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또 흘러갔다. 기사를 쓰고 또 쓰고 매주 금요일마다 밤을 새는 반복되는 생활. 기사의 형식도 게시판의 형식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러나 앞서서 말한 열정은 다 끝난 캠프화이어의 불씨처럼 조금씩 남아 타들어가고 있다. 만나는 사람도 기쁨에 앞서 그들과도 사무적인 관계로 끝나버리고야 만다는 기분때문에 학보사라는 공간은 점점 의미를 잃어갔다.


3.위기-회의
하루 종일 취재에 시달려 제대로 수업을 들은 시간이 한 시간도 없었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 있었다. 내 시간이 없다는 것에 대한 순간적인 격분과 주마다 기사를 쓰고 밤을 새야하는 압박감과 스트레스. 이것은 나에게는 견디기 힘든 순간들이였다. 초등교육과라는 과 특성상 과에 치중하지 못하는 데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질책과 조언들은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래서 또 나는 학보사와 멀어져가고 있었다.


4.절정-고민
‘나가겠습니다’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 까지 염라대왕 가마솥에 백만번 들어갔다 나왔다하는 기분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전공·인간관계· 기사 스트레스의 삼중고가 맞물려 나를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게 만들었다. 부끄럽게 동기들 앞에서 함께 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하겠다는 그 때, 학보사 기자로서의 책임감을 회피하고 성실감을 던져버리고 나는 한 인간으로서 도망쳤다. 내 자신의 탓은 하지 않은채 학보사와 과를 방패막이로 삼아 핑계거리로 삼아 변명을 끝없이 해가며.


5.결말-그래도 학보사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왜 아직도 나가지 않았습니까?’라고 묻는 다면 나는 솔직히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건 나를 붙잡았던 동기들의 진실함과 학보사 선배들의 애정어림이 이제 나에게 따스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돌고 돌아 내가 머무를 자리는 학보사 밖에 없었다. 나를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이끌어주는 공간은 학보사라는 사회임을 나는 이번 길고 긴 방황을 통해 배웠다. 이 방황의 시작도 끝도 결국은 학보사였다. 이렇게 6개월간의 나의 학보사 수습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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