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8일 : 강남 이익훈 어학원 인터넷 접수

5월21일~22일 : 서울 가서 하숙집이나 고시원 구하기
이는 순천대 고우리(영어교육·3)씨의 다이어리 일부분이다.

고우리씨는 지난 겨울방학 동안 고향인 전라남도 순천을 떠나 서울 강남의 한 어학원에서 토플 강좌를 들었다. 그는 "전라남도 순천과 같은 소도시에서 유명강사의 강의를 듣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며 "유명한 강사의 강의를 체계적으로 듣고 싶어서 유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방학 동안 두 달간의 유학이 자신의 영어 실력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다가오는 여름방학에도 서울로 올라와 공부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같은 서울 지역 학원 원정은 비단 고우리씨 뿐만은 아니다. 방학 때마다 혹은 학기 중에도 휴학을 하고 서울로 올라와 공부를 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임용고시·행정고시·7·9급 공무원시험 등 각종 국가고시 과목을 담당해 가르치는 노량진 남부행정고시학원 박옥수 부장은 “등록 학생들 중 적어도 약 30%는 지방에서 온 학생들”이라며 “각 지방에도 인지도 있는 학원이 있지만, 정보를 빨리 접할 수 있는 서울 환경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남부행정고시학원에 다니는 울산대 김미경(일본어·4)씨 역시 “내가 사는 경주에는 마땅히 임용고사를 준비할 수 있는 학원이 없어 올라오게 됐다”며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시험을 준비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학교에도 ‘교육학 개론’ ‘교육심리학’ 등 교육에 대한 여러 강좌들이 개설돼 있지만, 광범위한 학술적 접근에만 충실할 뿐, 정작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기출문제 위주의 실제적인 접근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학원에서는 시험에 나오기 쉬운 부분과 출제경향을 동시에 ‘찍어’주기 때문에 훨씬 더 학습능률이 오르는 편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노량진 한교고시학원의 경우 <고시타임스>라는 소식지를 펴내며, 노량진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면 누구든지 최신 출제경향을 바로 접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 노량진 고시학원에서 강의를 들었던 안동대 류영나(수학교육·4)씨는 이러한 이유로 서울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러웠다고 답했다. 또한 “오전9시에 수업이 시작해도 자리를 맡으려면 새벽5시에는 나와야 한다”며 “이런 치열한 분위기 덕분에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량진 고시학원 인기 선생님의 강좌를 들으려면 그 경쟁 또한 매우 치열하다고 했다.
실제로 노량진 한교고시학원의 한 인기 강사 교육학 강의의 경우 3분만에 마감이 될 정도로 그 경쟁이 치열하다. 여수대 서경덕(전자통신공학·4)씨는, 새벽6시에 그 과목을 접수하러 학원에 갔으나 이미 학원 건물 바깥 큰 도로까지 대기자들의 줄이 늘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는 가까스로 그 과목을 수강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지방 학생들의 경우, 접수일에 맞춰 서울을 왔다 가야 하고, 일찍 시간을 맞춰 학원에 가도 치열한 경쟁 때문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방으로 돌아오기 일쑤다.


또한 숙소비·식비 등 만만치 않은 생활비용도 지방 학생들에게는 부담스럽다. 서경덕 씨의 경우, “고시원 방세·학원비 등을 포함해 한 달에 70~80만원 정도가 든다”며 “학원에서 칠판닦기·복사하기 등의 잔심부름을 하면서 다달이 생활비용을 충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단과반을 들었을 경우에 해당하고 단기간에 확실한 효과를 얻기 위해 종합반을 끊을 경우에는 이보다 2배 이상 드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방학생들은 더 나은 교육환경에서 공부하기 위해 ‘서울 학원 유학'을 결심한다. 한신대 김종섭(사회학 전공) 교수는 “2003년 100대 기업의 취업자 비율을 보면 수도권 대학 출신자가 지방대 출신자의 4배에 이른다”며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KEDI) 조사 결과, 정부 중앙부처의 90%, 30대 기업의 본사는 88.5%, 외국인투자기업은 72.9%, 정보통신업체의 89%, 벤처기업의 77.1%가 수도권에 존재한다고 나타났다. 김종섭 교수는 “일자리와 정치, 문화의 중심이 서울에 집중돼 있으므로 학생들 또한 상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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