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대동제에 금(禁)연예인의 문이 열렸다. 119주년 대동제 ‘이.화.예.찬.’에서는 가수 팀과 지누션·남궁연 ‘봄날’ 밴드의 축하공연을 볼 수 있었다.

이같은 대동제의 변화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연예인 초대를 통해 학생들을 하나로 만들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하는 송지영(경영·2)씨처럼 대동제에 연예인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학생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제 36대 총학생회 ‘Hub!Herb’의 김경희 전(前)총학생회장은 “축제의 이름을 대동(大同)으로 바꾼 것은 기존의 소비향락적이고 단순히 즐기기만 했던 축제 문화를 벗어나자는 의미였다”며 “연예인의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그들이 발산하는 문화를 그 자리에서 ‘소비’하는 것일 뿐, 생산적인 문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 대학 총학생회장들은 축제에 있어 연예인의 참여는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입을 모은다. 즉 축제에 연예인을 동원할 경우, 단순히 학생들의 공연만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과 비교할 때 뚜렷한 집결효과를 불러온다는 것. 실제로 한국외대 문월호 문화국장은 “축제에 참여하지 않는 대부분의 학생들을 축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 연예인 공연”이라 답했다.

그러나 문월호 문화국장은 “축제에 있어 연예인의 역할은 요리에서 꼭 필요하지만 적당히 사용해야만 하는 조미료와 같다”며 “현재 대학가의 축제는‘연예인’이라는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타대 응원제에 참여했던 김소현(법학·3)씨는 “학교 축제 보다는 마치 공개 방송을 보러 온 듯한 기분이었다”고 답했다.

연예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건강한 대학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컨텐츠 개발이 선행되야 한다. 이번 119주년 대동제 프로그램 중 새롭게 마련된 ‘강강수월래가 대표적 예다. 영산줄다리기와 함께, ‘이화인 모두 하나되서 놀아보자’라는 취지로 마련된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 없이도 많은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강강수월래에 직접 참여한 연세대 민경환(법학·2)씨는 “이화라는 공동체가 하나가 돼 축제를 즐기는 것을 보며, 이런 것이 ‘진짜 축제’라고 생각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최근 숙명여대 역시 강사에게 포크댄스를 배우는 ‘그와 함께 춤을’이라는 축제 컨텐츠를 개발, 학생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또 ‘연예인이 많이 오는 축제=좋은 축제’라는 학생들의 잘못된 인식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한양대 한성현 문화국장은 “요즘 학생들은 ‘너네 대학 축제 뭐하니?’라는 질문 대신 ‘너네 축제에 누구 오니?’라는 질문을 먼저 한다”며 “이러한 학생들의 인식이 대학간의 연예인 섭외 경쟁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예인 섭외가 상대적으로 힘든 지방 대학을 다니는 부산대 이동아(생명공학·1)씨는 “연예인이 오지 않으면 축제라는 기분이 들지 않고 오히려 축제가 초라해보이기도 한다”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축제에는 연예인이 꼭 와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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