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사·미술사 등에 큰 성과 남겨… 사실 너머의 배경까지 짚어낼 수 있어야

1955년 한국 최초의 ‘여성을 위한 역사 교육 기관’으로 출발한 우리 학교 사학과가 50돌을 맞이했다.

20일(금) 경영관홀에서 열린 사학과 50주년 행사와 이를 기념해 발간한 「이화사학50년」 자료집은 사학과가 걸어온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보여준다. 이배용 교수는 “50년이라는 세월동안 300명이 넘는 석·박사 학위자를 배출, 여성사학연구자를 양성해온 것이야말로 사학과의 큰 업적”이라고 말한다.

동양사·서양사의 원서 강독이 중요하게 여겨지던 1950년대를 지나 고대사·중세사 등 시대사 위주로 교과과정이 편성됐던 1960년대, 이어 정치사회사·사회경제사 등 분류사 위주로 바뀐 1970년대까지. 사학과 교과과정은 다양한 변화를 겪여왔다. 사학과 4회 졸업생인 최소자 교수는 “수업 시간에 한문 등으로 된 원서를 읽어야 했기 때문에 원서를 해석하다 밤을 새는 경우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무엇보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여성사’는 우리 학교 사학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1972년 하현강 교수가 「한국여성사」를 출간했으며, 김영정 교수는 한국여성사를 영어로 번역해 우리의 여성사를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국내여성사 뿐 아니라 김염자 교수가 연구해온 중국여성사 역시 여성사에 있어 하나의 큰 줄기다. 1980년대에 이르러 여성사 연구는 정칟교육·사회 등 각 분야로 그 범위가 세분화됐다. 이러한 노력은 최근 여성의 생활과 지위 변화 양상 등 그 폭을 넓히며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근대여성사를 연구하고 있는 이배용 교수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여성사와 관련된 부분을 발췌하는 등 우리 학교 사학과는 실증을 바탕으로 한 여성사 연구에 특히 힘을 기울여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여성사 연구는 현재의 여성학을 탄생시킨 기반이기도 하다.

‘한국 미술사학의 산 증인’ 진홍섭 교수가 이끈 미술사 역시 미술사학계에 큰 족적을 남기며 현재 대학원 미술사학과의 초석이 됐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한국미술사·고고학개설 등이 정규교과과정으로 채택됐으며, 고적답사를 필수과정으로 해 학생들이 유물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게 했다.

국가나 민족의 경계를 넘어 동서교류사 등 국가간의 관계 및 교류를 분석하는 연구도 꾸준히 이뤄져왔다. 중국사에 기초를 두고 한·중의 관계를 연구해온 최소자 교수는 “교류사는 상대국갇민족 등 다른 나라의 역사를 알아야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역사학계에서 비중이 적었던 한국 근현대사를 비교적 일찍 연구해온 것 또한 두드러진 특징이다. 특히 한국 근대사회경제사를 연구해온 김경태 교수와 개화기 당시 강대국들의 경제침략이 우리나라의 주권상실에 미친 영향 등 근현대사와 교류사를 함께 연구해온 이배용 교수는 한국 근현대사 연구를 우리 학교에 본격적으로 정착시켰다.
더불어 대표적인 한국사 개설서인 「한국사신론」을 쓴 ‘역사학의 원로’ 고(故) 이기백 교수와 최초로 고구려·백제·신라 고대 삼국의 통사를 집필한 신형식 교수가 이끈 한국고대사와 중세사 역시 우리 학교 사학과가 연구해온 중요한 흐름이다.

우리 학교 사학과만의 이러한 학문적인 특징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이화사학연구소’의 역할도 컸다. 1963년 문을 연 이화사학연구소의 소장, 강철구 교수는 “타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자들의 논문을 싣는 학술지 「이화사학연구」 발간과 매년 11월 열리는 정기학술대회를 통해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사학과에서 자체적으로 발간하는 학술지 「이대사원」과 3학년 학생들이 주축으로 이뤄지는 심포지엄을 통해 학문적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배용 교수는 취업난으로 인해 실용학문에 가려지고 있는 어려움 속에서도 사학이 인간의 기본 가치를 담고 있는 학문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지형 교수는 “중국사·영국사 등 주요 국가의 역사에만 교과과정이 치우쳐 있는 데서 벗어나려면 인도사·동남아사·러시아사 등 다양한 국가의 역사를 연구·지도하는 교수진이 갖춰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진홍섭 교수는 “단순히 사실만을 보는 역사학이 아닌, 깊이 파고들어가 사실 속 배경까지도 알아낼 수 있는 속이 꽉 찬 이화여대 사학과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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