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이든 비운동권이든 학생 복지·공약을 잘 지키면 그것이 진짜 학생운동이죠”.

우리 학교 한혜진(정외·3)씨의 말처럼 대학생들은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운동을 원한다. 학우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 이를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학생운동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학생운동 단체 활동은 학생들의 혜택보다는 사회적 사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거리감을 갖게 한다. 따라서 학생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그들의 현주소다. 운동권이라 불리는 카이스트 김군훈 학생회장은 “운동권의 학내 활동이 미흡한데다 일반 학생들 대부분이 개인 활동에 바빠 학생운동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우리 학교 역시 예외는 아니다. ㅇ(국문·3)씨는 “운동권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아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5년전만 해도 1백명 이상이 모였던 교육투쟁 집회에 요즘은 20명도 채 참여하지 않고 있다. 또 전쟁반대·반자본주의 노동자 운동 단체인 ‘다함께’이대모임은 현재 회원수가 6명에 불과하며 민주노동당 이화여대 학생위원회(민노학위)는 20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회원은 10여 명이다.

과격한 시위 방식 역시 학생들이 운동권을 외면하게 만드는 또다른 이유다. 지난 2일(월) 고려대가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한 것과 관련, 문과대·사범대 등 4개의 단대 총학생회와 ‘다함께’고대모임·총학생회 일부는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났고, ‘총학없는 평화고대(평화고대)’는 이를 문제삼아 폭력적인 반대시위에 대한 진실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그러나 총학생회가 이를 받아 들이지 않자 ‘평화고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탄핵 서명을 받았다.

▲ 서명운동을 주도한 고려대 이승준(국문·3)씨. [사진:신진원 기자]
서명운동을 주도한 고려대 이승준(국문·3)씨는 “전체 학생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자의적으로 폭력 시위를 추진한 총학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고려대 총학생회 측은 “시위는 정당한 것이었지만 당시의 충돌은 예상하지 못했던 우발적인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학생들의 지지기반을 얻지 못한 학내 운동은 학생들과 거리가 점점 멀어졌고, 이번 사태도 이같은 학생들의 뿌리 깊은 불신이 도화선이 되어 표출된 것이다.

이에 학생 운동 단체는 학생들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전 민노학위 대표위원장이었던 장유진(철학·4)씨는 “학생들의 운동권에 대한 괴리감 때문에 대중성을 확보하기 어렵지만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한다. 그 예로 친일잔재청산을 위해 ‘유관순 동상 세우기’서명운동과 대자보를 붙이는 등 이화인들과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단체들이 학생들을 ‘계몽의 대상’으로 여겼다면 요즘은 ‘참여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함께 하려는 일련의 변화를 말해준다.

한편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안종석 정책국장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생운동의 방법에 회의적이면서도 이라크전·반전·교육투쟁 등 사안에 따라 조금씩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운동은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운동이다. 학생운동단체는 학우와의 원활한 소통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바를 짚어, 여론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변화하고 있는 학생 운동의 행보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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