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난 신열을 앓고 있다. 온 몸으로 전해 오는 기분나쁜 전율에 소스라치듯 놀라기도 한다. 온통 무기력하다. 어질어질, 뱅글뱅글, 세상은 내 머릿 속에서 원을 그리며 정신없이 휘몰아쳐 들어간다. 이상하다. 예전엔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하지만 내 다리는 후들후들, 날이 갈수록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다. 난, 표류하고 있다.

학보사. 이곳에서 둥지를 튼지 겨우 5개월 여 지났을까? 그러나 어느덧 이 학보사란 곳은 내 삶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 더군다나 학보사와 함께 할 날은 내가 지금껏 이곳에서 지내온 날들보다 훨씬 많이 남았다. 어쩌면 훗날 내 대학시절을 추억할 때 이 학보사를 건져내면 그 밑바닥엔 아무 것도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학보사, 지금 나에게 시련을 선사하고 있다. 일이 힘들어서? 아니다. 그렇다면 급강하하고 있는 처참한 성적때문에? 아니다. 물론 이것 역시 나를 힘들게 하는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나를 옥죄고 있는 건 바로 ‘인간’이라는 화두다. 인간. 인간 사이의 관계. 살면 살수록,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사회라는 널찍한 공간으로 향해 갈수록, 인간관계를 조율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학보사에서도 그렇다. 더군다나 멋모르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머리가 클 대로 큰 성인들이니 갈등이 쉽사리 해소되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학보사 내에서도 이미 불꽃이 몇 번이나 번쩍했다. 도대체 뭐가 이렇게 힘든가!

하지만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학보사에서 겪고 있는 이 모든 것이 통과의례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의 이런 고통도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성장통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비록 지금의 나는 아프지만, 나중엔 이런 기억들이 성장영화의 한 장면처럼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 진정 그랬으면 좋겠다. 오늘의 아픔이 내일의 성장으로 거듭나기를, 나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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