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저녁에 학생문화관을 지나다 보면 한삼을 끼고 장구 장단에 맞춰 신명나게 탈춤을 추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중앙동아리 민속극연구회 ‘탈’로 27일(금) 오후6시 학생문화관에서 ‘아이들아 모두 일어나거라’를 제목으로 열리는 봉산탈춤을 연습중이다. ‘탈’의 강보라(도예·4), 윤정인(사회·4), 전제언(사과·1)씨를 만나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강보라씨는 공연의 제목에 대해 “1학년 때부터 취업 걱정과 준비로 정신 없는 학생들에게 여유를 되찾고 함께 놀자는 의미를 가진 탈춤”이라고 설명했다. 겨움터(학생문화관 앞 숲)에서 출발해 중강당·대강당을 돌며 길놀이를 하는 것으로 공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는 사람들에게 시작을 알리는 일종의 ‘소리통’역할을 한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 탈춤은 본래의 봉산 탈춤 7마당 중 2(팔목중춤)·5(사자춤)·7(미얄춤)마당을 공연한다. 강보라씨는 “봉산탈춤의 정확한 동작을 재현해내는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공연에서 탈춤을 시작하면서 팔을 하늘 위로 들고 흔드는 동작은 ‘불림’이라 칭하는 것으로 춤을 개시하겠다는 알림이다. 그 때 공연자가 말하는 ‘사설’에 따라 악사의 장구 반주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 뿐 아니라 이번 공연에는 관객들이 흥미있게 볼만한 장면이 많다. 팔목중춤이라 불리는 2마당에는 8명의 중이 나와 개인무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동아리 ‘탈’ 회원들에겐 개개인의 탈춤 솜씨를 관객들에게 맘껏 뽐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새내기인 전제언씨는 “선배들에 비해 나의 춤이 어설퍼 부끄럽지만 열심히 준비했다”고 수줍게 말했다.

‘탈’은 방학 중 봉산탈춤 보존회의 전수자에게 춤과 악기를 배우며 열정을 키워나가고 있다. 봉산탈춤은 황해도의 산악지방에서 유래한 ‘하늘을 지향하는 춤’이기 때문에 여성배역도 모두 남성들이 할 정도로 뛰는 동작이 많고 움직임이 큰 춤이다. 윤정인씨는 “우리 동아리는 여학생들로만 구성돼 체력적으로 힘들고 목소리를 굵게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탈’은 서울의 대학 중 유일하게 봉산탈춤의 정확한 동작을 전수받고 이어나가고 있다. 이에 그들은 “대학에서는 동작이 힘들지 않은 남쪽 춤을 추는 것이 대세임에도 봉산탈춤을 고집하는 것에 더 큰 성취력을 느낀다”며 밝게 웃었다.

탈춤의 매력에 대해 윤정인씨는 “탈춤을 추고있으면 내가 한국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또 그들은 민속극의 정신에 대해 춤을 추면서 자신으로부터 해방을 느끼고 남과 더불어 하나가 되는 ‘대동(大同)’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늘도 땀흘리며 춤을 추는 이들에게 진정한 한국의 멋을 알고 이를 이어나가는 젊은이의 힘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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