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어느 교수님께서 인문관 여자화장실에서 학생들이 헨델의 메시야에 나오는 할렐루야를 열심히 부르는 것을 보았다며 참으로 감동적이라고 하셨다. 그 교수님께서 학교를 다니실 적에는 아무도 인문관 여자화장실에서 할렐루야를 부르지 않았다면서 칭찬을 하셨다. 아마도 교양합창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었을 것이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무려 50여 년 간 활동한 Giuseppe de Luca의 제자인 Mr. Lloyd Robb에게 성악을 배웠다. 선생님을 만나기 6개월 쯤 전에 Harrisonberg, Va의 중국 음식점에 앉아서 음식을 시킨 다음 냅킨에 다음과 같이 기도글을 썼다. ‘하나님 당신의 사람들 중 가장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게 인도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그리고 음식을 먹은 후 그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그 해 가을 선생님을 만나게 됐는데, 그 분이 바로 벨칸토 황금시대의 전설적인 바리톤인 Giuseppe de Luca의 제자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내가 드린 기도가 그대로 응답이 된 것이다. 그 선생님을 만난 후에야 벨칸토 스타일을 배울 수 있었다.

노래를 잘 하려면 우선 선생님을 잘 만나는 것이 중요하고, 그 가르침을 깊이 깨달아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며, 나아가서는 그것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한 마디로 말하면 “Enjoy yourself”. 즉, 스스로 노래 부르는 것을 즐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경적으로 말해 각자 자기 자신의 십자가를 져야한다. 그래야 부활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가끔 채플에서 할렐루야를 original key로 부르곤 한다. 사실 어려운 곡인데 학생들이 잘 한다. 잘 하는 것을 넘어서 노래하는 순간을 즐기는 학생들이 꽤 많다. 노래하는 순간 기쁨이 넘쳐나는 학생들의 얼굴을 발견하곤 한다. 도가 탁 트인 것이다. 그 노래에 관해서는 최고의 경지까지 오른 것이다. 법대로, 길대로, 하라는 대로 참고 인내하면서 끝까지 한 학생들이 결국 얻는 것은 한없는 만족감과 기쁨이다. 교의 법도대로 말하면 죽도록 노력해서 무아의 지경에 이르러야 소아가 대아로 바뀌면서 진리를 터득하고 부처가 되는 것이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무대에서 수 백 명의 학생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노래할 때 무아의 경지에 이르고 하나의 최선의 음악을 경험하는 때가 종종 있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때는 나도 없고, 인생의 문제도 없고, 앞에 앉은 삼 천명의 학생들도 없다. 오직 순수한 음악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은 아주 소중한 무대경험이다.

이러한 경험이 노래하는 모든 사람들의 삶 속에 계속 임하기를 기도한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경험을 통해서 삶의 기쁨을 느끼고, 그것이 삶의 활력소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의 삶 전체가 노래의 기쁨으로 가득찼으면 좋겠다.

 

김동근 교수는 현재 교목실 음악담당 교수직을 맡고 있다. 수 년째 교양합창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합창을 할 때는 자신의 파트뿐 아니라 다른 파트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그동안 공부하느라 자기 자신만 발전시켜왔던 이화인이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합창의 의미를 강조했다.
한편 좋은 노랠좋은 음악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이화인들이 좋은 음악을 많이 접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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