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대 학생회장 이지영(체육·3)씨

오는 16일(월), 운동장에서는 ‘21세기를 여는 꿈의 이화 프로젝트’란 모토 아래 조성될 이화-삼성캠퍼스센터(ESCC)의 기공식이 열린다. 학교는 ESCC 건립을 통해 더욱 향상된 교육과 학생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학생들이 더 나은 교육 시설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화인들은 캠퍼스의 일부인 현재의 운동장을 잃게 된다.


이 운동장에서는 쏟아지는 비 속에서 ‘이화인 축구대회’가 이뤄지기도 했고, 겨울에 함박눈이 내리면 친구들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많은 추억이 담긴 운동장이 ‘과거에 존재했었던’ 공간으로 사라져버린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운동장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대해 그저 아쉬움만으로는 부족한 이화인들도 있을 것이다. 얼마 간 배움터인 운동장을 잃게 된 체육과학대학(체대) 학생들이 특히 그렇다.


공간은 그 자체의 의미보다 기억을 수반함으로써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체대 학생들에게 운동장은 단순한 연습장이었다기 보다는 땀과 노력으로 점철된 투지의 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대 학생들은 이번 ESCC 착공과 관련해 별다른 예고나 공식적인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배움터를 잃게 된 것이다.


우리 학교의 체육 시설이 타학교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해 교육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 지적돼 온 문제다. 체대 학생들은 각종 대회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이러한 학생들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재정적 지원은 타학교에 비해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운동장 뿐만 아니라 무용 연습홀·공연장·레크레이션홀·골프장 등의 체육 시설 역시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외부인들에게도 개방되는 수영장의 경우, 부실한 시설은 이화의 이미지까지 훼손시키고 있다. 


운동장을 포함해 학내 체육 시설은 체대 학생들의 교육과 체육전문인의 양성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다. 대학은 그들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최적의 조건을 조성해야 한다. 체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이화인에게도 체육시설은 휴식과 건강의 유지를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공간이다.


비록 지금의 운동장은 사라지게 됐지만 새로 이전될 운동장과 ESCC 내부의 복합적이고 효율적인 체육시설로 보다 향상된 교육·복지 시설을 갖출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건강한 대학이야말로 건강한 인재를 낳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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