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포드 코폴라/1979/202분/미국

<지옥의 묵시록>에서 말론 브랜도가 화면에 등장하기까지 우리는 두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그야말로 지옥이나 마찬가지인 베트남 전의 참상에 완전히 질려갈 때쯤, 깊숙한 밀림 속 자신만의 제국에서 왕처럼 군림하고 있는 커츠 대령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가 몇 분이나 나오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커츠 대령의 존재감의 무게는 영화 전체를 구성하는 큰 축이며, 낮게 깔린 나레이션과 간간히 보이는 사진만으로 영화를 지배하는 말론 브랜도의 배우로서의 능력에 감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인간의 미묘한 근원적 공포를 그린 조셉 콘라드의 소설 <Heart of Darkness>를 베트남 전으로 가져와 두려움에 가까운 공포에 사로 잡힌 커츠 대령에 말론 브랜도를 캐스팅 하는데 여기에서 감독의 역량을 느낄 수 있다.

2001년, 79년 개봉 판에 50분을 더한 디렉터스 컷이 공개 되었는데 추가된 장면 중 커츠 대령이 월라드에게 타임지에 실린 전쟁 기사를 읽어주는 말론의 즉흥 연기는 당시 미국 언론 조작을 비판하여 추가된 장면 중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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