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1972/125분/프랑스 이탈리아

죽은 쥐가 침대에 있고, 오래된 음식포장지가 나뒹구는 먼지 쌓인 아파트에 한 중년 남자가 비스듬히 누워있다. 그리고 젊고 나이만큼 보송보송한 여자가 찾아온다. 중년 남자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표출시키며 여자와 강압적인 섹스를 한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정상적인 관계란 이들에겐 성립이 되지 않았다. 마구 소리 지르고, 욕을 해대며 거칠게 해대도, 여자는 또다시 그곳에 찾아와 남자와 섹스를 한다. 단, 서로의 이름은 모른 채. 그 둘이 있는 공간은 바깥세상의 질서와는 달라 보인다. 오히려 이 먼지 쌓인 아파트는 도피처 같은 느낌마저 든다. 마치 그들의 정신적 결여를 원초적 성으로 해결하듯, 그 둘은 짐승처럼 관계를 한다. 찡그리며 그 둘을 보지만 이내, 나까지도 고독해 진다. 이름도 모른 채 관계를 맺으며, 알 수 없이 해대는 말들은 파편처럼 흩어져버린다. 아무리 화를 내고 살을 부딪쳐도, 고독해 진다. 그들의 아파트에 들어오는 햇빛은 따듯하지 않다. 오히려 그 안의 싸늘함을 반증시켜주듯 무심히 비추고 있다.

 
어지러운 파리에서 이 두 남녀는 무엇을 담아냈을까. 베르톨루치의 말처럼 언제나 최종적 의미는 보는 사람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에로티시즘이든 고독이든 억압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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