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과 한국문학이 함께하는 ‘평화를 위한 글쓰기’의 축제. 그 현장에 서고 싶다면 오는 24일(화)∼26일(목) 오전10시∼오후6시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컨퍼런스홀에서 열릴 ‘제 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을 주목하자.

이번 행사에는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프랑스 문단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르 클레지오·‘시뮬라시옹’ 이론을 발표해 현대 사회의 인식의 틀에 큰 영향을 끼친 장 보드리야르 등 세계적인 문호들이 대거 참석한다.

또한 김영하·오정희·황석영 등 우리나라 대표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만으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고, 서울국제문학포럼 홈페이지(www.seoulforum.org)를 통해 생중계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공동 주최로 열리는 이번 포럼에서는 ‘문학과 보편적 인간가캄·‘한국적 평화전통의 이상’·‘힘의 질서와 인간가치: 독재, 전쟁 그리고 평화’등을 주제로 문학적 소통과 세계공동체/ 다원적 문화와 문학/ 환경과 문학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기억의 투쟁으로서의 문학’을 주제로 발표하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 현기영 원장은 “작가는 개인의 일상적 경험 뿐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집단적 경험을 형상화해 역사와 정치적 현실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역대 정권에 의해 은폐돼온 제주 4·3사건 속 ‘학살의 기억’에 대한 진상을 「순이삼촌」을 통해 재기억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새」를 쓴 소설가 오정희씨는 ‘내 안에 드리운 전쟁의 그림자’를 통해 전후 유년기의 전쟁 체험이 작품과 가치관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발제한다. 오정희씨는 “나의 작품에 녹아 있는 어두운 작품 분위기는 어릴 적 전후 사회에서 겪은 정서적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연세대 유종호 특임교수는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예로 들어 문학 작품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논의한다. 여기서 안티고네는 ‘오빠의 시체를 매장해선 안된다’는 공동체의 포고령을 어기고 가족 윤리에 따라 오빠를 묻어주려 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이 옛날 이야기를 ‘국가의 명령을 따르느냐’·‘개인의 윤리를 따르느냐’의 문제로 재해석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유종호 교수는 “현대인들은 안티고네를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일종의 지식인으로, 포고령은 전제자·독재자의 표상으로 이해한다”며 “이러한 재해석은 고전이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인 포럼 외에도 특별 강연회를 비롯해 시낭송회·학술대회·문학수업 등의 다양한 행사가 준비된다. 행사의 일환으로 우리 학교에서는 25일(수) 오후5시 인문관 111호에서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의 강연회가 열린다.

국내 문학인들은 이번 포럼이 현 사회에 대해 작가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기영 원장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우리 작가들이 ‘한국인인 동시에 세계인으로서의 글쓰기’에 대해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종호 교수는 “여러 나라의 문학인이 모여 문학이 현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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