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앞’은 미용특구가 아니다

“이대 앞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미용실이 떠올라요”라고 말하는 여고생 이경애(선일여상·3)씨. 머리를 하기 위해 연신내에서 이대 앞까지 왔다는 이 여고생이 "이대 앞에 미용실이 많다는 것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대 앞’은 미용실이 밀집한 거리로 인식되고 있다.

이대역에서 우리 학교 정문쪽으로 향하는 길에서 미용실 전단지를 나눠주는 ㄱ씨(42세)는 “요즘은 이 주변에 미용실이 너무 밀집돼 오히려 예전보다 장사가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대문구청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 학교 앞에는 125개의 미용실이 밀집해있다 . 서대문구청은 이러한 사실에 기초해 2003년 11월 이대 앞 거리를 ‘미용특화거리’로 지정하고 환경정비형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다. 그 후 명명식·미용축제이벤트 등 여러가지 계획을 수립했지만, 우리 학교 학생·교수의 반대에 부딪혀 실제로 미용특화거리는 추진되지 못했다.

이후 ‘미용특화거리’지정에 반대한 ‘교육환경을 위한 교수모임’의 김혜숙 교수(철학 전공)는 서대문구청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2003년 11월 진정서를 냈다. 인권위는 올해 2월 ‘2004년과 2005년 서대문구청의 예산목록 중 미용특화거리에 관한 내용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며 ‘이는 사실상 추진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므로 진정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용특화거리는 사실상 없어진 계획이 된 셈이지만, 밀집된 미용실을 비롯한 ‘이대 앞 미용실’이란 인식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김혜숙 교수는 “몇 년 동안 관심을 갖고 교육환경수호운동을 해왔지만 나도 이젠 지쳐간다”며 “이제는 상업화 및 교육환경수호에 대해 별로 큰 희망을 갖지 않게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이화인들을 비롯한 현대 청년들이 소비 문화에 젖어 학교 앞 상업화에 대해 경계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한편 이화인들은 학교 앞 미용특화거리 반대운동이나 상업화반대운동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다. 김보나(소인·2)씨는 “학교 앞 상업화는 반대하지만 학생들의 상업화 반대 움직임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회를 비롯한 단체들이 앞장 서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문화적 반대행사를 연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이화인연대모임의 호수씨는 “활동 참여단위가 적고 일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해 홍보 활동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이화인연대모임 출범시 여성위원회, 이화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등을 비롯 10개 남짓하던 참여단위도 현재 여성위원회와 민주노동당학생위원회 2개로 줄어든 상태다. 호수씨는 “이화인연대모임은 꼭 자치단위가 아니더라도 상업화에 반대하는 개인의 참여도 가능하니, 많은 이화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총학생회는 학교 앞 상업화 문제에 대해 뚜렷한 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강선희 부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 역시 학교 앞 상업화 진행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전학대회가 무산돼 안건을 상정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조만간 본격적으로 움직일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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