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고백’
두가지 ‘고백’
  • 이지상 기자
  • 승인 200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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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정확히 일년 전, 딱 이맘 때쯤 나는 학보사 74기 수습기자 모집에 응시했다.
초·중·고등학교와 재수학원까지. 모두 남녀공학 학교를 나온 나는 미팅·소개팅 같은 인위적인 만남이 아니면 이성과 대화를 나누기 힘든 이 곳, ‘여대’라는 곳이 영 어색했다.

한 학기 동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나는, 더 이상의 막다른 길은 없다는 생각에 “학보사 시험 떨어지면 삼수할꺼야!”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원서를 냈었다. 혹여 1차 시험인 논술에서 떨어지게 되면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아 친구는 물론 부모님께도 비밀로 한 채 시험을 봤다.

면접 하루 전 날 까지 연락이 오지 않아 떨어진 줄 알고 낙담했던 날 밤 친구들과 술마시다가 합격 전화를 받고 소리치며 기뻐했던 기억, 면접 보기 1분 전까지 급하게 밑줄 그어가며 학보를 읽었던 일 등 1년 전이지만 하나하나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이제 화요일이면 76기 수습기자 지원자들이 1차 논술시험을 보게 된다. 어떤 학생들이 지원하게 될 지 매우 궁금해진다. 아직 학보사 기자 1년차이기때문에 조언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학보사 기자를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학보사 기자는 어디서든 예상치 못할 사건이 터졌을 때 놀라기 보단 즐거워해야하고, 한 주에 해낼 수 없는 양의 일들이 주어져도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변하지 않는 단 하나는-세상이 무너져도 매주 월요일 학보는 나온다는 것! 불가능해 보이던 일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용한 호수같은 대학 생활에 톡쏘는 사이다 같은 상큼함을 즐기고 싶다면 다른 어떤 경험보다 학보사를 추천해주고 싶다.

2005년 2학기부터 이대학보를 빛내줄 상큼하고 지성미가 철철 넘치는 05학번을 기다려본다.

+둘.

나는 만화에 ‘만’자도 모르는 사람이다. 중·고등학교 통틀어서 미술 선생님의 주목을 받았던 적은 수업시간에 떠들어 벌 서던 때 이외엔 없었다. 이렇게 그림에는 문외한인 나는 순전히 호기심으로 지원해 학보사의 비밀부서, 일명 만화부 기자가 됐다.

내가 그리고 있는 4컷만화 ‘이몽이’에는 비밀리에 내려오는 3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로 이몽이는 눈을 뜨고 있어선 안되고, 둘째 이몽이는 날씬해서도 안되며, 마지막으로 이몽이는 항상 주먹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3가지 원칙을 최소한으로 지켜가면서 겨우겨우 만화를 그리고 있다. 역대 다른 쟁쟁한 만화부 선배들이 그린 ‘이몽이’를 보면, 지금의 내 ‘이몽이’가 부끄러울 때가 많다. 동그라미하나 똑바로 그리지 못하고 삐뚤빼뚤하게 그리고 있는 날 보면 ‘왜 내가 만화부를 지원해서 이런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란 생각에 한심해 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몽이’는 완성된 기사를 보고 느끼는 뿌듯함과는 달리 자부심이 느껴지는 나의 또 다른 작품이다. 1면 탑을 내 기사로 장식할 때조차 내가 학보사 기자인지 몰랐던 친구들이 ‘이몽이’가 실리는 날이면 “지상아~만화 잘봤어”라며 내게 연락한다. 심지어 졸업한 지 20년이 훌쩍 넘은 친구의 어머님게서 내 만화를 보시고 자신의 대학시절과 똑같다며 좋아하셨다는 연락을 받은 적도 있다.

사실 기사 마감을 밤새워 끝낸 새벽에 ‘이몽이’를 그리기 시작할 때면 도망가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그러나 나의 ‘이몽이’를 통해 독자들이 즐거움을 느낀다면, 오늘도 나는 열심히 이몽이를 스케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