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결과물만 보여지고 결과를 위해 존재했던 ‘과정’은 사라지고 말죠.”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하지만 항상 그 과정들은 사라진 채 결과물만 사람들에게 보여지기 마련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겨 결과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작품 안에서 보여준 학생들이 있다. 바로 지난해 이화미술관(현 이화아트센터)의 메이데이 전시회에서 선보였던 작품 ‘워크샵’을 제작한 우리 학교 이재은(조소·4)씨, 손만홍(의상디자인·4)씨, 이민영(시각디자인·4)씨, 장성신(회화·4)씨다. 이들의 작품 ‘워크샵’은 제작 기간인 2주 동안의 작업을 고스란히 모아서 담아 놓은 총 11개의 전시물이다.

이재은씨는 “하나의 결과물만 보여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각 작품마다 다른 컨셉으로 과정까지 살려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워크샵’의 컨셉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작업을 하는 동안 서로에게 방해되지 않으려고 쳐 놓았던 천과 각목까지 하나의 작품이 됐다.

그 뿐 아니라 작업 기간 동안 그들이 먹었던 음식의 총 칼로리 수치를 나름의 논리대로 일 해야하는 날·인구 수 등으로 변환시켜 공식을 예술화하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지구가 멸망하는 날을 도출한 ‘작업 9’를 완성했다.

작업하는 동안의 소리를 담아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음향 센서가 들어있는 상자인 ‘작업 8’을 만들기도 했다. 이 작품은 상자를 갖고 각 작품이 있는 구역으로 가면 센서가 반응해 의논하는 소리, 작품 재료들을 만지고 다듬는 소리 등 작업했던 당시의 소리들이 들리도록 설계됐다. 이재은씨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작품을 완성해 내지 못하고 도면과 그에 대한 설명을 전시하는 것에 그쳤다”며 “하지만 만들고 싶은 것을 표현해 전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라고 말한다.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며 공감했던 작품은 ‘자살’에서 영감을 얻은 ‘작업 6’이다. 그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체를 죽임으로써 아픈 기억이나 상처에서 부터 자신을 분리해낼 수 있다고 믿어 자살을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상처’가 됐던 일들을 온 몸에 글로 쓰고, 그 각 부분을 확대해 사진으로 찍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냈다.

이 밖에 천장에서 부터 땅 바닥까지 수많은 옷걸이를 연결해 만든 ‘작업 4’·좌우가 바뀌지 않고 똑바로 보이는 거울인 ‘작업 10’·그동안의 작업과정을 기록한 일지인 ‘작업 11’ 등의 작업들이 ‘워크샵’을 구성하고 있다.

이재은씨는 “다양한 전공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뤄낸 작업이라 의견 마찰로 힘들기도 했지만, 혼자만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작품을 만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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