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기/ 70분/ 1976

김청기는 태권브이 시리즈 외에도 바이오맨(88), 우뢰매 시리즈(93) 그리고 최근의 <왕후 에스더>(96년)나 <의적 임꺽정>(97년)등 최근까지도 활발한 작품 및 제작활동을 하며 열악한 상황에서도 한국 애니메이션의 부흥을 위해 힘쓰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부 격인 인물이다. 그런 그의 로봇 태권V는 76년 개봉 당시 서울에서만 1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큰 인기를 끌며 이후 여러 시리즈로 제작된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던 마징가Z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결코 기술력이 부족해서 베낀 것이 아니다, 단 한번도 상상력이 고갈된 적이 없다’라고 한 감독의 말처럼, 태권브이는 로봇과 태권도의 결합 등 기본적 골격을 제외하고는 한국적 색채를 담으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민족적 색채가 다분히 짙은 이 작품에는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듯 파이프, 케이크, 양복 등 서양 생활에의 은근한 동경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초기작들도 그러하듯 아기사슴 밤비 같은 디즈니랜드풍 캐릭터와 궁전 등 기존의 서양, 특히 미국의 애니메이션에 영향받은 흔적도 느껴진다.

그러나 악당에게마저 동정과 연민의 여지를 주는 설정과 제작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설득력 있는 인물간의 관계, 대사 등은 이미 그때부터 하청국가의 이미지가 강했던 한국 애니메이션계가 하나의 방향점을 정하고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데 일조한다. TV에 방영되며 아이들이나 본다는 인식이 강했던 당시에 온 가족이 손을 잡고 극장에 가서 애니메이션을 영화처럼 관람한다는 것도 당시로써는 혁신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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