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 수 점차 증가 추세… 권리 보장할 대변단체도 없어
비정규직 800만 시대. 사회는 고용불안과 임금 불평등의 늪에 빠져있다. 우리 학교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크게 증가한 데다 이들의 권리도 잘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은 IMF 이후다. 학교 측은 사무직의 정규직 채용인원을 감축하고 정규직 노동자가 퇴직한 자리를 계약직 노동자로 채웠다. 이에 총무처·교무처 등의 중앙부처를 제외한 부속기관은 비정규직 사무원의 수가 30%에 달한다. 경비원을 비롯한 방호직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 IMF 이전 대부분의 직원이 정규직이던 것에 비해 현재는 비정규직 인원(71명)이 정규직(23명)보다 많다.
하지만 정작 학교 측은 학내 비정규직의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인사과의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학교가 아닌 각 부처에서 별도로 사람을 구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비정규직의 상황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면 학교 측은 자유로운 인력 감축과 충원이 가능해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는 똑같은 일을 하고도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를 받기 때문에 사실상 제도의 희생양인 셈이다.
비정규직의 가장 큰 문제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1951년 채택한 이래 세계적으로 적용돼온 ‘동일노동·동일임금(성별·연령·고용방법 등에 관계없이 노동량에 따라 임금을 지불)’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은 양의 노동을 해도 임금책정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노동조합(노조)의 유무과 관련이 깊다. 정규직은 노조와 학교의 정기적인 임금협상을 통해 권리를 보장받는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임금인상 및 책정이 기관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이뤄진다.
현재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초봉부터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비정규직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사무직에 근무하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동일한 업무를 했던 90년대 후반 정규직 직원의 월급보다 현재의 연봉이 5∼6백만원 정도 적다”며 임금의 현저한 차이를 설명했다.
일부 직종에서는 경력에 따른 임금 혜택이 전무하다. 식당에서 일하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1년을 일한 사람이나 10년을 일한 사람이나 임금이 똑같다”며 “경력이 인정되지 않으니 아무리 일해도 소속감이 들지 않는다”고 불합리함을 호소했다. 한 비정규직 경비원도 “정규직은 경력에 따라 월급이 점차 오르지만 우리는 변동이 없기 때문에 결국 월급이 5∼6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휴가에 있어서도 차별이 발생한다. 24시간 근로·24시간 휴식을 반복하는 경비원의 경우 관혼상제를 제외하면 공식적인 휴가가 단 하루도 없다. 하지만 정규직 경비원은 연중 40∼50일의 휴가가 있다. 한 비정규직 경비원은 “지방에 일이라도 생겨 2∼3일 시간을 내려면 48∼72시간을 죽기살기로 몰아서 일할 수 밖에 없다”며 “권리는 둘째치고 최소한의 휴식만이라도 보장받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경비원도 “우린 노조가 없어 연월차 휴가가 없어도 아무런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며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학교 상황에 따라 언제든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한 사무직 노동자는 “큰 문제가 없는 한 계약연장이 잘 되는 곳도 있지만 계약 연장이 안되면 바로 해고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인력을 알선하는 용역회사를 통해 온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언제든 노동력이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경비원은 “인터넷에 특정 경비원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글이 올라오면 용역업체에서 당장 그 사람을 해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정규직이면 그렇게 쉽게 자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우리 학교 유중실 노조위원장은 “용역회사를 통한 비정규직 직원까지는 힘들겠지만, 상용직 직원만이라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학교와의 교섭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만 있으면 나가라”는 대우를 받는 현상황에서 학교 측에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어림도 없다고 말한다. 한 미화원은 “우리는 일방적으로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자조섞인 한탄을 했다. 또 비정규직 주차안내요원은 “정규직이 훨씬 좋지만 워낙 비정규직화되는 추세다 보니 노동자들도 수동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상황”이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리한 처지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