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실(여성학 전공)교수. [사진:박한라 기자]
학교 잘 다니고 있지?
나는 요즘 새로운 방식으로 사유하는 여성학적 지식을 ‘아시아여성학’이란 이름으로 개념화하고 있단다. 아시아여성학센터에서는 10년 전부터 아시아여성학이란 말을 사용해왔고, 아시아여성학저널(AJWS)을 발행하고 있으며 아시아 8개국 여성학자들과 함께 아시아여성학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아시아여성학이란 용어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많은 학자들이 질문해왔지. 그것이 아시아 각국의 여성 연구자들이 행하는 여성연구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시아에 있는 여성을 연구하는 모든 학자들의 연구를 칭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시아여성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어떤 독특한 내용이 있는 것인지 말이다.

그리고 아시아가 한국보다는 더 큰 단위이고, 세계보다는 작은 단위인만큼 아시아여성학은 중간 정도에서 자신의 이론적 도전이나 실천을 위치시키는 여성학이 아니냐는 질문도 받는단다.

지난 10여년 간 아시아의 여성학자들을 만나면서 여성학은 서구중심적인 사유와 지식체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또 지금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모든 학문이 그렇듯 단순히 여성학이라고 하면 그것은 당연히 서구 여성학을 의미하게 된다는 것도 말이다. 이름 앞에 지역명이 첨가되어 있지 않은 학문이 서구에서 발전한 학문체계를 의미하는 것도 서구의 학문이 보편적이라는 의식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지. 이러한 학문의 이름앞에 지역명이 붙게 되면 그것은 개별적 사례이고 지역의 특성을 나타내는 지식이 된단다.

아시아프로젝트를 하면서 각 나라 여성 학자들의 대화의 방향이 모두 일방적으로 서구를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로에 대해서 사실 아는 것이 없었고, 서로를 인용하고 아이디어들을 빌려온 적이 없었다는 것도 깨달았단다. 서구의 지식은 세계로 유통되는 것이 정상이지만, 아시아 각국에서 생산된 지식은 각각의 나라에 묶여있어 그동안 이동성이 없었던 것이지.

아시아여성학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구성되고 있는 개념이라고 말하고 싶구나. 서구에 대해 대항적이고 상대적인 담론인 동시에 아시아 내 국가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개별국가에 정박된 지식을 공유가능한 지식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동시대의 역사적·정치적 이상을 구축해가는 담론으로서의 여성주의 지식체계에 부여하는 ‘잠정적 명칭’이라고 말이지.

[필자 소개]

저는 세계여성학대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은실 교수입니다. 제가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서구 여성학의 대항 담론으로서 아시아여성학의 토대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그와 더불어 여성주의 인류학을 통해 ‘여성의 몸’이 단순히 여성의 본질만을 설명하는 고정적인 개념이 아닌,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역사적 개념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죠. 앞으로는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성매매 문제에 대해 연구할 예정입니다.
다음 편지는 이번 세계여성학대회의 홍보위원장이신 이재경 교수님(여성학 전공)께서 써주실 예정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정보화 사회에서 여성의 일’·‘정치 관련 정보가 여성의 정치의식에 미치는 효과’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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