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 글과 행동으로 20세기를 흔든 지성
사르트르, 글과 행동으로 20세기를 흔든 지성
  • 김지은 기자
  • 승인 2005.0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존주의·참여문학 등 왕성한 활동…‘지식인의 소외층에 대한 관심’ 촉구해

슈바이처 가문의 후손·157cm의 단신·여류 소설가 보부아르와의 계약결혼·노벨문학상 수상 거부. 바로 프랑스의 문학가이자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1905∼1980)를 따라다닌 수식어다.

사르트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올해 세계 각국에서는 ‘실존주의 철학의 상징이자 ‘참여 지식인의 모델’인 사르트르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가 올해를 ‘사르트르의 해’로 선포한 것을 시작으로 세계사르트르학회는 사르트르가 태어난 6월21일을 전후로 대규모 콜로키움을 준비하고 있고, 그밖에도 사르트르 희곡 전집이 완간되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우연성’과 ‘무상성’으로 대표된다. 우선 실존주의는 ‘인간을 만든 것은 신이 아니며,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신론에서 출발한다. 한 개인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필연성 없는 ‘우연’일 뿐이며 의미와 목적이 없는 ‘무상’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간은 완벽한 자유를 얻게되고, ‘자유롭지 않을 자유’를 제외한 모든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마치 죄수가 사형선고를 받듯 인간은 자유선고를 받은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모든 것은 자유로 인해 개인의 책임하에 놓여지고, 인생은 자기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실존주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프랑스를 휩쓸었고 대중의 삶 속에 깊숙히 침투해 들어갔다. 상명대 박정자(불어교육 전공) 교수는 “당시 실존주의가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둔 것은 혼란했던 전후(戰後)상황과 사르트르라는 인물의 절묘한 만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후(戰後)상황에서 좌파 지식인인 사르트르의 사상은 사람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차 세계대전 무렵 정치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르트르는 ‘문학을 사회변혁의 도구’라고 정의하며 참여문학을 하게 된다. 이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1947년 발표된 「문학이란 무엇인갯에 단적으로 드러난다.

여기서 그는 현대의 문학가는 근로자 계급의 해방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사르트르는 길가에 나가 선동연설을 주도했고 서명운동을 했으며, 신문·잡지 기고문을 통해 소외받는 제 3세계 사람들과 노동자 계급을 대변했다.

이같은 현실참여론은 그가 주장한 지식인론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르트르는 1966년 동경에서 한 강의를 책으로 펴낸 「지식인을 위한 변명」에서 ‘지식인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사회를 지배·피지배층으로 나누고, 지식인이 양자에 모두 포함될 수 있다고 보았다. 지식인들은 무언가를 가졌다는 점에서 지배층일 수 있지만, 지배층을 따라간다는 점에서는 피지배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사르트르는 지식인이 민중과 함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정자 교수는 “ ‘사르트르가 내세운 지배·피지배의 이분법이 현대 다원화 사회에서 적용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소외 계층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그의 지식인론은 시대를 뛰어넘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중앙대 장근상 교수(불어불문학 전공)는 “자기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양심에 있어서의 성실성’을 지킨 사르트르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위선적이지 않았던 지식인”이라며 사르트르의 이러한 면모를 높게 평가했다.

사르트르에 대한 연구는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사르트르 연구에 대해 한국외대 유기환(불어 전공) 교수는 “사르트르의 사유를 하이데거·키에르케고르 등을 넘어 레비스트로스·라캉·데리다·들뢰즈 등과 같은 현대 철학자들의 사유와 비교하는 ‘현대성’에 관한 논의가 학계에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사르트르의 문학작품을 카뮈·보부아르 등의 작품의 연속상에서 이해하려는 ‘상호텍스트성’에 관한 연구도 진행중에 있다.

한국불어불문학회는 오는 6월17일(금)∼18일(토) ‘사르트르와 현대의 지성’을 주제로 하계 학술회의를 열 계획이다. 이번 대회의 의의에 대해 유기환 교수는 “20세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상가의 사유를 데리다 등의 동시대 대표적 인문학자들의 사유에 비춰봄으로써 그 폭과 깊이를 다양한 시각에서 가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화인에게 권하는 책
「문학이란 무엇인갯장 폴 사르트르 지음 / 정명환 옮김, 민음사, 2000
「사르트르」 발터 비멜 지음/ 구연상 옮김, 한길사,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