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때 하얀 장갑을 낀 교회 성가대원들의 아름다운 손짓을 기억하는가. 쉴새없이 움직이는 손에 눈이 휘둥그레졌던 사람, 성가대원들의 목소리보다는 손짓에 더 매력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우리 학교 중앙 수화동아리 <손지>다.

“<손지>의 어원은 ‘고목에서 새로 돋아난 가지’예요”라며 활짝 웃는 <손지>의 회장 이선희(사복·2)씨가 동아리 활동을 소개했다.

­# <손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가.
-우리는 단순한 봉사 동아리가 아니라 봉사와 함께 수화 보급에도 힘쓴다. 월요일에는 청각장애인을 주제로 발제해 세미나를 연다. 화·목요일에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 신입부원의 수화 기초 강습을 실시한다. 또 토요일에는 희망자에 한해 은평천사원에서 부모들이 방치해 둔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큰 행사로는 5월의 일일찻집, 10월의 수화제가 있다.

#­ 일일찻집은 다른 동아리의 일일호프와 어떻게 다른가.
-다른 동아리들의 일일호프는 우선 영리성에 그 목적이 있지만, 우리는 일일찻집의 수익금 전액을 복지기관 등에 기부하고 있다. 차 판매와 더불어 우리들의 수화 공연도 이뤄진다. 유명한 가요 등을 개사해 가사에 맞춰 수화로 노래하는 것이다.

­# 수화에 맞게 노래를 개사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수화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한다는 뜻이다. 우리 말의 어미 활용이 수화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랑하게’·‘사랑하는’같은 말도 수화에서는 ‘사랑하다’로 통합된다. 또한 수화를 하면서 노래 박자를 놓치지 않도록 문장의 조사나 ‘∼하다’를 생략해 수화를 짜는 경우도 있다. 수화 공연을 할 때는 특히 표정과 감성표현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수화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멜로디가 밝더라도 가사가 슬프면 당연히 표정도 슬퍼야 한다.

­# 수화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수화는 또 하나의 새로운 언어다. 우리가 영어나 프랑스어를 배우며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처럼, 수화는 청각장애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언어이자 매개체다. 타인을 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나와는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건청인(청력 손실이 없는 사람)들은 청각장애를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우리 누구나 청각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 혹시 손지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격이 있는가.
-성실하고 수화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된다. 대학 시절의 단편적인 인간관계에서 벗어나고 싶거나 보다 많은 경험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손지> 회원들은 곧 열릴 일일찻집 준비로 분주했다. 오는 21일(화) <손지> 일일찻집에서는 가수 장나라·신화 등의 노래를 수화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 아니, 그보다는 <손지>의 한 일원으로서 직접 수화 공연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청각장애인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손으로 전달하고 싶은 이화인들은 헬렌관 404-1호 <손지>의 문을 두드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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