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3일~15일까지 워싱턴에서 제22차 한·미 연례보협의회가 개최되었다.

최근 한반도 정세변화 속에서 한미 양국이 어떠한 정책적 협의를, 이루어낼 것인가가 관심이며 특히 최근 1, 2차 남북고위급회담의 진행과정에서 최대쟁점으로 부각된 것 중의 하나인 91년 팀스피리트 훈련의 중지 문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가 최대의 관심거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한미 양국은 이전의 안보협의회와 별다른 차이없이 여전히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면서 한미양국의 안보공약을 내외에 과시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럼에도 이면에는 미국의 새로운 안시아·태평양질서 재편(한반도정책 포함)을 위한 꾸준한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의 안보협의회는 그연장선상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이를 이번 안보협의회에서 합의된 사항을 중심으로 양국의 정책의도를 분석해보자. 우선, 한미연합사의 지상구성군사령관과 유엔사군사정전위수석대표를 주한미군 1단계 감군시기인 92년내에 한국군 장성으로 교체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미연합체계에서 한국군의 독자적인 역할을 강화하고 미군은 전반적인 동북아지역 방위라는 안보역할의 재편방식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역할분담」이니, 「기능재편」이니 하는 것의 본질은 미군과 핵무기의 한반도에서의 장기적인 주둔을 위한 사전예비포석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북한은 미국에 대해 현재의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켜 한반도 평화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평화협정체결을 위해 「3자회담」틀 내에서의 조­미협상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이를 핵안전협정가입등 몇가지 전제조건을 내걸면서 북한과의 협상을 피하고, 그 협상채녈을 당사자해결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남한정부로 돌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한반도의 긴장해소와 통일환경 조성에 결정적인 걸림돌인 주한미군, 핵무기 등의 남한주둔 근거를 뒷받침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존속이 한미간의외교문제로 그 성격이 달라지게 된다.

결국 미국과의 관계를 볼 때, 현재 남한정부가 이들 사안에 대해 한반도통일을 위한 평화적 환경마련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자주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풀지 못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군사정전위 대표의 남한장성의 임명은 결국 미국이 자신들에게 점차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관계개선 요구를 군사정전위로 돌려 작전지휘권도 쥐고 있지 못한 남한과의 협상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과 중국이 남한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기때문에 군사정전위대표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다음은, 이번 안보협의회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시주둔국지위협정(WHNA)의 체결을 빠른 시일 내에 체결한다는 것이다.

전시주둔국지위협정이란 유사시를 대비하여 평시에도 전쟁물자, 인원동원등 사전예비물자를 비축하는 것으로, 이는 미군의 한반도 증파시 미군이 항상 이용할 수 있도록 사전준비를 남한이 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편에서는 주한미군에 대한 지원으로 나타나고 또 한편에서는 국내의 안보이데올로기를 강화시키면서 항상적인 전시체제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국민들의 사회민주화 요구를 차단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세째는, 방위분담금을 대폭증액부담한다는 것이다.

이는 88년 안보협에서 91년 분담금을 4천만달러로 한 것에서 89년 안보협에서 또다시 4천만달러 증가된 8천만달러로 책정하고, 이번에 또다시 7천만달러가 증가된 1억5천만달러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대폭적으로 증가된 배경에는 미국의 페르시아만파병으로 인한 제국주의 군사력의 지탱을 위한 소요경비를 남한정부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위비 분담이 국민생활의 막대한 압박을 전제로 한 것임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한국군 전력증강을 위한 제반의 조처들이 취해졌다.

차세대 전투기사업(KFP)과 해상초계기 구입에 관한 양해서가 교환되었고, 92년까지 되어있는 탄약현대화 협정을 95년까지 연장한다는 것이다.

이는 얼마전 국방부가 발표한 남북한 군사비 지출비교에서 남한이 99억달러, 북한이 54억달러라는 거의 2배이상의 격차(스톡홀름 평화연구소는 동년 남북군사비 지출을 남한 80억 8천만달러, 북한 18억 4천만달러라는 4배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집계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인 남한의군비증간이 추구되는 것은 전반적인 세계 정세의 평화, 군축추세에 역행될뿐 아니라 한반도에서 끊임없이 냉전의 강화(91년 팀스피리트 훈련의 강행)를 통한 분단의 고착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결국 이번 안보협의회는 여전히 이들이 한반도에서 평화를 추구하고 통일을 원하는 세력인가를 판가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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