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떼끄 양지하(영문·2)씨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본 사람들은 ‘정말 좋은 영화였다’ 또는 ‘주인공이 참 매력적이다’라며 감상이 일치한다.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을 답습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지만 아직 영화를 못 본 이들을 위해 이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심야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츠네오와 걷지 못하는 소녀 조제다. 확실한 진로도 없는 대학생이지만 ‘걷지못해 바깥 구경도 못하는 장애소녀를 구제해 줄 왕자님’ 이 등장할 법도 한데, 츠네오는 번번히 잡학다식한 조제에게 무식하다고 타박을 받는다.

그렇다고 ‘사지 멀쩡한데 한심하다’는 설교없이 명쾌하다. 시종일관 무겁지 않고 발랄하게 진행되는 영화에서 조제는 집에 갇혀 남이 갖다버린 책들만 읽는다. 음침할 것 같은 선입견을 깨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의자에서 다이빙을 해댄다.


사실 영화 속에서 더러운 세상을 탓해봤자 사회의 소외자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그대로 반영하는 신기루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제­’를 보면서 흘리는 눈물은 결말이 슬퍼서거나 조제가 불쌍해서가 아님은 분명하다. 영화에서 조제와 츠네오의 사랑은 여느 연인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의 관계는 동정으로 시작되지도 의무감으로 지속되지도 않는다.

유모차에 탄 조제와 또 다른 등장인물인 늘씬한 나레이터 모델의 입장은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여느 연애물의 두 여자들처럼 철저히 동등하다. 여자가 조제의 뺨을 때리기를 주저했다면, 영화는 삼류 신파극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늘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바다는 아름답고 멋지지만, 현실이란 진흙과 찝찔한 소금물에 쩔어 몸에 달라붙는 옷으로 까칠한 모래가 들어오는 더러운 기분이기 마련이다. 츠네오는 버겁고 지쳐서 조제에게 짜증을 내고 결국은 모델 여자친구에게 도망가지만 최소한 책임감이란 명목으로 조제를 모욕하는 않는다. 여느 연인과 같이 자연스럽고 덤덤한 이별의 과정일 뿐.


그렇다. ‘조제­’는 순수한 듯 보여도 사실은 지독히 이기적이고 계산적이기 그지없는 연애의 잔혹한 실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조제­’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 ‘연애는 당사자 두 사람만의 사정’이라는 지극히 당연하고 기본적인 법칙을 표현한다.


둘 중 한명이 전과자이건 장애인이건 말이다. 따뜻한 봄, 무미건조하지만 알록달록한 영상과 경쾌한 음악으로 포장된 이 영화를 이화인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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