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향 / 1998년 / 108분

 <미술관 옆 동물원>은 춘희가 쓰는 시나리오 안과 밖의 이중 구성이라는 독특한 내러티브 구성과 “사랑이 처음부터 풍덩 빠지는 줄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 버리는 것인 줄은 몰랐어” 등의 성을 자극하는 대사들, 7년이 지난 지금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화면 등에서 신인감독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이정향 감독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미술관과 동물원이라는 대립 속에 여자와 남자를 포개어 넣고 그들의 화해를 이끌어 내는 로맨스 영화의 달콤한 이야기에 현실의 감수성도 잊지 않는  로맨틱 코미디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흔치 않은, 알찬 결실을 거둔 1990년대의 수작으로 꼽힌다.

감독, 이정향
 
 9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들이 꼼꼼한 면을 높이 평가 받으며 조감독으로는 활동하지만 정작 감독데뷔는 하지 못했던 충무로는, 한국사회에서도 가장 마초적인 곳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이정향 감독은 공모전수상으로 인해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된 자신을 두고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이 감독은 한국 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뮤지컬과 여성 다큐멘터리, 기록영화 등으로 활동했다.


그 후 세 편의 영화에서 조감독으로 일하면서 제작부의 시스템 안에서 소모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한계를 느끼고, 내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10년 전부터 구상하고 써왔던 시나리오를 공모전에 내게 된다. 그 시나리오가 상을 받으면서 영화를 찍게 되는데 이 데뷔작이<미술관 옆 동물원>이다. 그 해의 대종상, 청룡상, 영평상, 춘사영화제 등에서 신인감독상을 휩쓴 이정향 감독은 저예산으로 찍은 <집으로...>에서도 누구도 예기치 않은 엄청난 흥행을 거두면서 본격적인 여성영화감독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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